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 2012년 3D로 재개봉한단다. 설렌다. 2012년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한지 100년이 되는 해. 동시에 영화 <타이타닉>이 개봉된지 15년째가 되는 해다. 잭과 로즈의 로맨스를 내 이야기 마냥 설레며 봤던 대학생은 이제 입사 10년차 직장인이 됐다. 20대에 본 로맨스는 30대 끄트머리에서 본 로맨스와 어떻게 다를까. 사랑의 감정이 분수처럼 샘솟던 청년의 뜨거운 심장을 오랫만에 꺼집어 낼 수 있을까.

1500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초대형선박의 비극을 다룬 영화 <타이타닉>은 개봉전부터 큰 화재가 됐다. 이 비극을 다룬 영화는 앞서 몇차례나 나왔지만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 물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망한다는 헐리우드의 금기도 있고 보면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한 이 영화를 <터미네이터>의 제임스 카메론이 어떻게 만들어 낼 지 관심거리였다.
제임스 카메론의 손을 거치며 세상에 선보인 <타이타닉>은 로맨스였다. 그것도 <로미오와 줄리엣>류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얘기.
영화 <타이타닉>은 타이타닉호가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스햄턴에서 출발해, 4월15일 새벽 2시 대서양 뉴펀드랜드 근처에서 빙하에 부딪혀 침몰하기까지 닷새간의 이야기다.





 

황금발굴 전문가인 브락 로벳이 대서양 한가운데서 심해에 잠수정 미르를 타고 가라앉은 선박, 타이타닉을 탐색하는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로벳이 타이타닉을 뒤지는 이유는 ‘대양의 심장’이라 불리는 푸른색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서다. 루이 16세가 소장했던 56캐럿짜리 다이아몬드로 투자자의 투자를 받아 3년째 바다를 헤매고 있다. 타이타닉호에서 꺼집어낸 금고에는 ‘대양의 심장’을 목에 건 한 여인의 누드사진이 발견된다. 이 소식을 듣고 할머니 로즈가 찾아간다.
 

1912년 4월 10일 뉴욕행 타이타닉이 사우스햄턴 부두에 정박해 있다. 잭은 부둣가 선술집에서 포커를 벌여 타이타닉승선권을 얻는다. 카메라가 훑으며 지나가는 승선권에는 ‘삼등실 화이트 스타라인’이라 새겨져 있다. 화이트 스타라인은 1910년대 영국의 대표적인 해운회사다. 경쟁사 큐나드라인과 치열한 선박경쟁을 벌이면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 타이타닉호였다. (타이타닉호 침몰이후 승객들을 구출한 배는 ‘카르파티아’호로 큐나드라인 소속이다)

 3등실 갑판에서 잭은 1등실 갑판 난간에 기댄 로즈를 우연히 쳐다본다. 약혼자인 칼과의 정략결혼이 싫어 근심이 가득한 로즈. 이날 밤 잭은 자살을 시도하는 로즈를 구하면서 로맨틱 드라마는 시작된다. 
하지만 사랑이 이뤄진 날, 둘의 사랑을 질투한 신은 타이타닉호를 빙산에 부딪게 만든다. 

" I promise. I'll never let go."(약속해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꺼예요) 
엔딩 자막이 올라간 뒤에도 한참을 귓가에 맴돌던 로즈의 마지막 말. 샐린디옹의 'My heart will go on'은 감미로우면서도 꽤 비극적으로 들렸다. 

<타이타닉>을 보면서 이런 가정을 해봤다. 만약 잭이 1등실 승객이었다면? 그랬다면 잭은 살수 있지 않았을까. 철강회사 사장 칼이나 화이트스타라인 사장 이즈메이처럼. 그래서 로즈랑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끝났을 텐데.
영화 속 타이타닉 무대는 1등실과 3등실이다. 1등실과 3등실은 대조된다. 넓직한 1등실에는 금박된 벽난로, 화장대가 있다. 소파가 놓여있고, 벽실에는 개인소장 미술작품을 걸어놓을 수도 있다. 좁은 3등실은 몸하나 간신히 뉘일 규모의 2층침대만 뺴곡하다. 배가 침몰되기 직전에는 쥐떼도 나온다. 

객실의 차이는 승선때부터 대우가 다르다. 1등실 승객은 ‘프리패스’ 반면 3등실 승객은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등실 승객과 동반하는 애완견은 3등실에서 배설을 한다. 잭이 말한다. “우린 일등실 개와 동급이군요”. 타이타닉호에서 1등실과 3등실은 단순히 객실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승객의 계급차도 의미한다.


 

우리가 이용하는 현대 공공교통수단에도 ‘가격차별’은 존재한다. KTX에는 특실과 일반실, 자유석이, 비행기에는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퍼스트클레스가 있다. 같은 등급의 좌석이라도 가격이 달라진다. KTX의 경우 예약날짜에 따라 할인을 해준다. 예컨대 20일전 예약하면 20%할인, 일주일전에 예약하면 10% 할인 이런 식이다. 주말에는 할증을, 주중에는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도 할증이다.
 

비행기도 가격차별이 심한 교통수단 중 하나다. 최대한 빨리 예약할 수록, 또 탑승가능일을 넓게 잡느냐 좁게잡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성인이냐 학생이냐, 심지어 외국인이냐 내국인이냐에 따라서도 가격은 천양지차다. 택시도 가격차별을 한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일반 요금보다 20% 비싼 할증요금을 부과한다. 고속버스 역시 밤10시 이후 운행하는 버스에 대해서는 심야우등 가격을 매긴다.
 

소비자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물건이나 서비스의 질이 달라는 가격차별을 ‘구매용의에 의한 차별’이라고 한다. 구매용의와 유보가격이 일치할 때 소비자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한다. 

풀어쓰자면 ‘구매용의’란 상품이나 서비스를 살 의사를 의미하고 ‘유보가격’이란 소비자가 낼 수 있는 가격을 말한다. 즉 소비자는 자신이 지불하는 돈의 가치와 구입하고자 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욕구가 일치할 때  주머니를 연다.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산업이 복잡해지면서 가격차별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영화가격도 요즘은 제각각이다. 조조영화는 4000원, 평일상영 영화는 7000원, 주말상영 영화는 9000원 가량 한다. 또 심야 영화 3편을 한꺼번에 보면 1만2000원에 티켓을 팔기도 한다. 

이같은 차별은 ‘장애물에 의한 차별’이라 부르기도 한다. 부지런하거나, 사람들이 적은 주말을 피하거나, 잠을 참을 수 있는 노력을 기꺼이 해야 하는 ‘장애물’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이라는 말이다. 바꿔말해 게으르거나, 사람이 많은 주말에 꼭봐야 하고, 잠은 반드시 자야하는 사람이라면 할인을 받을 수 없다.
 

가격차별은 수요공급 법칙을 이용한 것이다.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수요가 많으니 가격이 올라가고, 사람이 적은 평일은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내려간다는 것이다. 역으로 주말에는 가격을 올려도 표를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평일에는 가격을 내려야 극장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긴다. ‘공급’인 극장 좌석은 주말이든 평일든 똑같다. 달라지는 것은 관객, 그러니까 가격으로 수요를 조절하는 셈이다.


 




<타이타닉>에서 잭은 3등실 티켓을 구했다. 3등실은 1등실에 비해 제공되는 서비스와 질이 현격히 떨어졌지만 잭은 자신을 ‘행운아’라고 부른다. 잭의 가장 큰 목적은 미국에 가는 것이다. 포커로 티켓을 구한 잭으로서는 애초에 고급서비스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격차별은 독과점 상황일 떄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완전시장이 만들어져 공급자가 많아지면 다양한 경쟁상품을 쏟아내는 만큼 가격차별을 시도하기 어렵다. 동일한 생산력을 투입한 동일 제품에는 동일한 가격이 매겨진다는 ‘일물일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철도공사가 독점하는 KTX, 양대 비행사만 존재하는 항공시장, 유일한 전력공급회사인 한국전력 등이 다양한 가격차별 상품을 내놓은 이유도 이때문이다. 반면 아이스크림과 같은 많은 공급자가 있는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가격차별이 쉽지 않다. 롯데가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수요가 많은 여름에 1000원에 팔면 어떻게 될까. 여전히 500원인 해태 아이스크림으로 소비자가 옮겨가면 그만이다.
 
가격차별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 1차 가격차별은 개별소비자에게 백이면 백 각기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형태다.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전가격차별’이라고도 부른다. 

예를 들어 못사는 흥부 아들에게는 달걀을 1000원을 받고 잘사는 놀부 아들에게는 2000원을 받는다. 춘향이 아들은 기생집이라 잘 살지만 아빠가 시험치러 갔으니 1500원, 홍길동집 아들은 수배당한 아빠때문에 가세가 더 어려우니 500원에 달걀을 팔수 있다. 각기 구입할 능력에 맞게 파는 만큼 파는 쪽에서도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2차 가격차별은 물건이나 서비스 구입량에 따라 가격차별을 두는 경우다.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면 할인해 준다던가, 물이나 전기를 많이 쓰면 누진가격을 받는 형태다.
 

3차 가격차별은 장소, 대상 등 그룹별로 세분화해 가격을 매기는 형태다. 기준은 가격에 얼마나 민감한가에 달렸다. 민소매가 유행인 서울에서는 만원, 잘 안팔리는 농촌에는 5000원에 책정할 수 있다. 경제력이 약한 학생·군인은 싸게, 직장인은 비싸게 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현대차가 같은 차량을 한국에는 비싸게, 미국에는 싸게 파는 것도 ‘기분나쁜’ 3차 가격차별이다.

가격차별은 수요와 공급을 적절하게 배분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독점점상태에서 무분별한 가격차별은 대개 문제점을 낳는다. 공급자로 인해 수요자가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소비자의 효용(만족)을 규정하면서 소비자가 효용을 결정할 권한을 박탈당할 우려가 있다. 가격이 바뀌더라도 수요가 바뀌기 힘든 가격 비탄력성일때는 '횡포'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의 회상이다. 

“예전에 대학에서 경제학 수업받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추석명절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표를 구하기 힘든 경우 경제학적으로 해결할려면 가격을 올리면 된다고 담당교수가 설명했다. 이때 한 학생이 일어나 ‘추석기간에 고향에 가야하는 사람은 휴일을 쉽게 얻기 힘든 서민인데 이것은 말이안된다’며 반박을 했다. 그러자 그 교수가 말했다. ‘자네는 경제학을 모르는 구만’”.




 

가격차별은 생명권까지 차별할 수도 있다. 대단히 비도덕적이다. <타이타닉>에서 승무원들은 1등실 승객을 우선 구명선에 태워 보낸다. 배가 침몰한다는 정보도 1등실 승객들에게 먼저 전달한다. 1등실 승객들이 침착하게 구명선을 탈 동안 3등실 승객들은 갑판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닫는다. 

3등실 승객인 한 어린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우리는 왜 안나가요” 엄마가 대답한다 “높은 사람들 보트에 태우가 우리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로즈의 어머니는 1등실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한다. “구명선도 선실등급이 있나요? 전 붐비는 것은 딱 질색이라.....”
 
 

타이타닉은 1910년대가 배경이다. 스쳐지나가는 경제사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칼과 부호들이 흡연실에서 브랜디를 마시며 나누는 정담속에는 셔먼법이 언급돼 있다. 

“(셔먼법은)변호사들이 싸우겠죠. 록펠러는 그렇게 (셔먼법을 피했다고) 말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로즈는 구조된 약혼자 칼의 이후 삶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칼은 이후 결혼해서 재산을 물려받지만 1929년 대공항으로 충격받고 권총자살했어요”

 

할머니 로즈역을 맡았던 배우 글로리아 스튜어트가 향년 100세의 일기로 지난 8월 사망했다. 그는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령 후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인셉션>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은 디카프리오, <책읽어주는 남자>에서 10대 남학생을 유혹하는 30대 여성역을 맡는 케이트윈슬렛. 인생이 그렇게 흘러간다.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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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기 2010.10.24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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