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 지방세 징수도 민간에 용역?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ㆍ“추심업체 맡겨 징수율 향상”
ㆍ국책기관 조세연구원 주장
ㆍ시민단체 “인권침해 우려”

 연간 3조원이 넘는 지방세 체납을 줄이기 위해 징수업무를 민간 추심업체에 위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국책연구기관에서 제기됐다. 주민세나 자동차세를 미납하면 민간 추심업체들이 직접 방문해 받아내겠다는 것이지만 시행될 경우 국민들의 반감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체납업무 민간위탁은 미국에서조차 실패한 제도”라며 반발했다. 
 
 박명호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지방 체납세금의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에 대한 선택권을 지방정부에 허용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이날 한국조세연구원과 신용정보협회가 공동주최한 ‘지방세 체납징수 업무의 민간위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방정부의 지방세 미정리 체납액은 2008년 현재 3조4096억원으로 지방세 부과액(49조7000억원)의 6.9%에 달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국세 체납률 1.8%에 비교해 보면 4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체납세목은 주민세가 9926억원(29.1%)으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세(22.9%), 취득세(16.7%), 지방교육세(8.7%) 순이었다. 지방세를 받지 못해 결손 처리되는 금액도 84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세 체납액이 이처럼 높은 것은 국세청이 관리하는 국세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지방세 체납담당자 1인당 체납건수는 2만3000건에 달했다. 특히 경남도의 경우 1인당 처리해야 할 체납건수가 10만건에 달해 사실상 체납 지방세를 효과적으로 거두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간위탁 찬성론자들은 “담당공무원 수를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채권추심업체에 위탁해 징수율을 높이면 지방재정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용정보협회 관계자는 “개인 채권에 비해 체납에 대해 너그러운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지방세 체납자 중에 고소득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사생활 침해와 인권 논란이 제기된다. 민간위탁기관들이 개인정보를 악용하거나 압류·징수과정에서 납세자와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납세자의 심리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권추심 시장에서 27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방안은 민간 업체에 새로운 시장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미국 채권추심업체들이 받는 위탁대행 수수료는 징수금액의 최대 25%에 이른다.

 박 연구위원은 “민간 추심회사의 체납징수 활동은 조회, 독촉, 방문, 전화, 재산조사, 체납통지 등 사실행위로 제한하면 된다”며 “압류, 몰수, 공매 등과 같은 강제재제 조치는 법률상 민간위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납세자연맹 관계자는 “잘못된 세금징수가 혁명의 도화선이 될 정도로 세금징수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미 의회도 최근 체납세액 징수 민간위탁 폐지법안을 상정하는 등 제도 존속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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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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