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은 발칙한 발상의 영화다. 남의 무의식에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생각을 심어 그의 생각을 바꾸게 한다는 것이다. 어떻하면 그의 무의식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 매개체가 ‘꿈’이다. 그런데 꿈 단 한번꾸고 일어나서 현실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꿈이 꿈이 아니도록 하기 위해 ‘꿈속의 꿈’이 등장한다.

꿈을 꾸고, 일어났다고 생각했더니 그게 꿈이고, 드디어 꿈을 깼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꿈이다. 꿈 속의 꿈을 따라 5단계나 들어가다보니 장면은 어지러울 수 밖에 없다. 관객을 어지럽게, 불편하게, 그러면서도 궁금하게 만드는 그 구성, 어디선가 본듯하다 싶더니 <메멘토>가 생각난다. <인셉션>은 <메멘토>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작품이다. 그제서야 ‘아하’하는 탄성이 나온다.

<인셉션>은 프로이드의 꿈에 대한 해석을 기반으로 한 영화다. 극장을 벗어나면서 ‘내가 어제 꾼 꿈은 뭐였지?’ ‘어제 꾼 꿈이 컬러꿈이었나 흑백꿈이었나?’와 같은 가벼운 생각부터 ‘꿈이란 뭘까’, ‘왜 꿈을 꿀까’까지 제법 철학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주인공인 코브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인셉션>을 찍기전에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을 읽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인셉션>의 화려한 구성에 관한 이야기고 다른 각도로도 볼 수 있다. <인셉션>은 기업영화로도 분류될만하다. 경쟁기업인의 생각을 빼앗으려는 코브는 신종 산업스파이다. 
 
경제학적으로 이 영화가 던져주려는 문제의식도 실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인셉션>의 문제의식은 독점과 과점이라는 경제현상이다.
코브가 사이토(와타나베켄 분)의 의뢰를 받아 대기업 후계자인 피셔(킬리언머피 분)의 머릿속에 심고자 하는 것은 ‘인수합병 금지’다. 타기업을 합병해 손쉽게 기업을 키울 생각하지 말로 스스로의 힘으로 기업을 일구라는 것이다. "아들 피셔가 아버지 피셔 회사를 이어받으면 시장점유율 절반을 넘는 거대한 수퍼파워가 탄생한다"고 사이토는 외친다. 반독점주의가 영화의 근간에 흐른다.  

코브는 아들 피셔를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곳에서 아들 피셔는 인수합병을 통한 독과점의 대가였던 아버지 피셔를 만난다.
실제 현실에서 병상에 누운 아버지로부터 “실망했다”는 말을 듣고 의기소침해 있던 아들 피셔. 그는 자신의 소극적인 모습에 아버지가 실망했을 것이라 추측한 상태였다. 꿈 속의 꿈에서 아버지 피셔는 아들 피셔에게 말한다. “내가 실망한 것은 네가 나를 닮았다는 것이다”. 아들 피셔는 비로소 인수합병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기업을 일구겠다고 다짐한다.  

남의 생각에 침입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부도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사이토는 자신의 의뢰를 항변한다. 그는 “거대 기업의 독과점은 경제에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줄 아느냐”고 말한다. 독과점을 없애면 공공의 이익에 좋다는 반론이 된다.  

독과점이란 특정시장에서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거나 경쟁자가 거의 없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상황을 말한다.

독과점이 왜 위험한 것일까. 기업의 독과점은 수요와 공급이라 시장의 근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 공급을 독점한 기업은 수요와 관계없는 가격결정권을 확보하게 된다.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소비자는 기업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 무너진 경쟁은 건전한 시장발달도 저해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서구에서 독과점은 오랫 논란거리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석유왕 록펠러. 인수합병을 통해 키운 스탠드더드오일은 1890년 기준으로 미국내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며 석유산업을 독점했다. 스탠더드오일은 막강한 물량을 바탕으로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면 가격을 크게 인하시켜 망하게 하는 방법으로 독점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1911년 미국 대법원은 이같은 스탠더드오일의 행위가 반트러스트법(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 34개 독립회사로 해체시키는 명령을 내렸다. 록 펠러는 근대 미국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은 부자면서 동시에 독과점의 대명사로도 남아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제왕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반독점 논란에 섰다. 리눅스를 누르고 운영체제를 장악한 윈도에 미디어플레이, 메신저 등을 끼워판 것이 문제였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다음메신저 등 국내 메신저 업체와 미국의 리얼네트워크는 시장에서 고사되는 위기에 처한다.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는 MS 윈도 운영체제에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끼워 판매한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 및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된다며 과징금 324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막대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상품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가격과 품질에 의한 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독과점 여부는 특히 기업합병때 승인결정을 내리는 주요 잣대가 되고 있다.

홈플러스와 홈에버, 포스코와 대우인터네셔널, 팬택과 SK텔레텍 등 제조업은 물론 우리금융지주와 타금융지주간 합병 때도 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지어 신문 방송간 인수합병 때도 결합심사를 거친다. 합병이돼 탄생한 거대기업이 시장을 교란시키는 막기 위해서다. 금융부분은 금융위원회가, 제조업 분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송통신 등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 부무부처다.





우리나라는 1981년부터 관련 법률이 제정돼 독과점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가 판단하는 독과점의 기준은 시장점유율이 1개사가 50%를 넘거나 상위 3개사의 합계가 75%를 넘는 경우다.  

기준은 명백하지만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점유율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판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시장점유율 60%, 30%, 10%인 대형할인점 A, B, C사가 있다. 이중 B와 C사가 A사와 경쟁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결의했다. B사와 C사가 인수합병하더라도 시장 점율은 40%로 A사에 못미친다.
그런데 A사가 문제를 제기했다. B사와 C사 지점이 강한 서울 강남구는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지역점유율이 80%를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경쟁당국은 B사와 C사의 합병을 승인해야할까 하지말아야 할까.

당장 문제가 생긴 것이 시장지배력의 범위다. 기업간 합병이니 당연히 전국 기준으로 매출액을 잡아야한다고 주장하는 측이 있을 것이다. 반면 실제 구매가 이뤄지는 기초지자체(구) 단위로 독과점을 봐야한다고 반론을 펼수 있다.
둘다 이상하다면 광역시 단위로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마트와 월마트, 홈플러스와 홈에버 합병때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신문방송업계도 유사하다. 신문부수로 볼 것이냐, 매출액으로 볼 것이냐, 혹은 일간지·주간지·월간지를 합친 시장을 볼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독점이 되고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독과점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생산품을 판매할 여지가 생긴다. 상수도, 전기, 가스 등 의 분야에서 독점 공기업을 설치해 운영하게 하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민간분야에서는 국내 독과점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춰 해외에 진출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같은 다국적기업이 없는 신흥국으로서는 유혹에 빠질만하다. 현대·기아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독과점이 발생하면 결국 소비자 손해라는게 경제학의 정설이다. 경험적으로 시간이 흐를 수록 가격이 높아지고 서비스나 상품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정부와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의 비판에 무감각해지며 ‘제왕적 형태’를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소비자나 정부는 이 기업을 단죄할 수단이 없다. 기분이 나빠도 다른 물건을 사줄 경쟁기업이 없으니까.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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