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참치, 연어에 이어 오징어, 황게 맛을 알기 시작했다. 꽃게도 식탁에 올릴 날이 머지않았다. 주머니가 넉넉해지면서 예상이 됐던 일이다. 
 
중국의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면서 세계 수산업계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바다가 제아무리 넓다지만 13억명의 입을 채우기는 만만치 않다. 벌써 일부 품목은 가격이 폭등하고 멸종 우려 때문에 어획량 제한에 들어갔다. 

특히 중국인들이 최근 찾는 어종은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즐겨 찾던 수산물이라 더 우려스럽다. 
 
이미 동해안 오징어 어장과 서해안 꽃게 어장은 남북관계 경색을 틈타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를 하고 있다. 최근 동해안 어민들이 청와대에 탄원서를 냈다. 중국 쌍끌이 어선들이 동해 북한수역에서 쌍끌이를 동원해 오징어를 싹쓸이하고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북한은 7월 초 동해안 오징어 어장에서 중국배가 조업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합의했다. 남측과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금강산 등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급감하자 선택한 호구지책이었다. 

오징어 어획량 줄고 가격 3년새 6배 폭등 

중국 정부가 나서서 입어료를 주고 대규모 선단을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국 정부는 조업 대가로 척당 25만 위안(4500만원)을 북한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확보한 조업권은 동해안 북한수역 대부분으로 어획량에 대한 제한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북한이 동해안 오징어 어장에서 중국배가 조업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합의하면서 
국내 울릉도 어획량이 태격을 받고 있다. 경북 울릉도 서면 태하리에서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남호진 기자 



중국측은 쌍끌이 어선을 집중 투입해 오징어를 남획하기 시작했고, 남쪽으로 내려오는 오징어는 눈에 띄게 줄었다. 처음에는 250척이 투입됐지만 지금은 500여척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강원도의 오징어 생산량은 최근 3년간 오징어 어획량보다 39% 적은 1만7281톤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무려 46% 감소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를 통해서 혹은 농식품부를 통해서 접촉할 수 있는 대북 채널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중국 정부가 나서 조업권을 따낼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는 중국 내 오징어 소비가 급증해 어획량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그간 오징어는 중국인의 입맛을 당기는 수산물이 아니었다. 잡기는 해도 주로 수출을 하는 품목이었다. 잡은 오징어의 90%를 유럽, 일본, 한국 등에 수출했다. 2003년 중국의 오징어 내수물량은 3만톤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15만톤으로 3배가량 늘어났다. 중국 내 가격이 좋다보니 내수시장으로 오징어가 투입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출 비중이 70%까지 줄었다. 한국으로부터 오징어 가공기술을 배우면서 원료로도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오징어를 원료로 가공되는 식품 종류만 20종이 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오징어 소비가 늘고 있지만 어획량은 줄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07년 톤당 650 달러에 불과하던 포클랜드산 오징어가 올해는 톤당 3300 달러에서 4000 달러 사이에서 팔리고 있다. 3년새 가격이 6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포클랜드산 오징어가 적게 잡히자 중국은 동해안에서 잡은 오징어로 그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며 “반대로 우리는 동해안 오징어 생산까지 줄면서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오징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꽃게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서해안에서 싹쓸이해간 꽃게를 한국으로 수출했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먹기 시작했다. 

꽃게·참치·연어 선호에 세계가 비상 

황게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 황게는 국내 음식점 된장찌개에 주로 들어간다. 황게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도 소비되고 있다. 
내수 물량을 감당하기 힘들자 우리나라와 일본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최상급 게는 내수용으로 소비되고 품질이 떨어지는 게는 수출용으로 나간다. 중국 주산에 있는 한 회사의 경우 1만5000톤의 게 중 품질이 좋은 1만톤은 활어 상태로 내수판매를, 그다음 품질의 3000톤은 한국 수출용과 중국 내수용으로, 가장 품질이 떨어지는 2000톤은 한국과 일본에 전량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원은 “황게를 먹기 시작했다는 말은 꽃게도 조만간 먹는다는 말”이라며 “중국인들의 음식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만큼 머지않아 꽃게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면서 세계 수산업계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석도 주변에서 중국 어선 수십척이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중국은 이미 수산물 생산 세계 1위 국가다. 2008년 기준 중국의 수산물 생산량은 5783만톤으로 전 세계 수산물 생산량의 36.1%를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은 10년 전 31.9%보다 4.2%포인트 확대됐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연평균 수산물 생산 증가율은 4.2%로 세계 연평균 증가율 2.8%를 압도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미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2007년 기준 수출은 817만톤이었지만 수입은 941만톤이나 됐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최근호에서 중국의 연평균 소비량은 1360만톤으로 세계 1위의 수산물 소비국이라고 보도했다. 그 뒤가 일본과 미국이다. 
하지만 아직 중국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26.4㎏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다. 인접국인 일본이 1인당 60.8㎏, 우리나라가 52.7㎏을 소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보면 중국의 1인당 소비량이 증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만약 중국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30㎏으로 약 3.6㎏가량 늘어난다고만 가정해도 13억 중국인들을 먹이기 위해서는 500만톤의 수산물이 더 필요하게 된다. 중국의 연간 수산물 생산 증가량이 평균 100만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400만톤을 어디에서 사와야 한다는 말이 된다.
400만톤은 우리나라 연간 수산물 생산량(335만톤)보다 많은 양이다. 중국인들이 눈독을 들이는 어종마다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미 세계 참치시장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2000년 들어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참치회를 먹기 시작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특히 대서양 참다랑어는 멸종위기에 몰린 상태다. 참다랑어는 참치류 중 최고급 어종으로 주로 횟감으로 쓰인다. 지난해 모나코는 참다랑어 수출입을 금지하는 안을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에 동조하고 있다. 참치 최대 소비국인 일본과 신생 소비국인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당연히 일본과 중국은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의 다랑어 소비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난징, 시안 등 주요 지역의 고급음식점에서 다랑어 요리는 메뉴에 추가된 지 오래다. 소비 형태는 회, 초밥, 통조림, 조미제품 등으로 한국, 일본과 유사하다. 옌타이, 다롄,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는 대규모 냉동·냉장창고도 건설 중이다.
올해 참치 가격은 톤당 1050 달러로 1년 전 톤당 820 달러보다 28%가량 가격이 올랐다. 참치 확보를 위해 범중화권이 단결하는 흐름까지 감지된다. 화교자본이 투입된 태국, 대만의 주요 업체들이 생산과 유통을 점유하면서 동원산업, 사조산업 등 한국 원양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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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도 최근 들어 중산층 중국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에서 연어는 과거 버리는 물고기였지만 서구와 한국, 일본이 먹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최근에는 일본으로부터 연어를 대규모로 수입하고 있다. 수산자원 확보 중국 정부 나서 총력 중국은 내수면 어류인 민물고기를 좋아했다. 백련어와 같은 대형 잉어과 물고기는 특히 선호 대상이었다. 
그런 중국인들이 왜 바닷물고기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KMI 장홍석 연구원은 “수산물이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있어 소득이 늘면 대개 소비도 늘게 마련”이라며 “특히 수산물 공급이 쉬운 연안지역이 급속한 발전을 이룬 데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손쉽게 각종 퓨전음식들이 유입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수산자원 확보를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은 국가가 독점하는 수산물 교역정책을 펴왔다. 초기에는 광저우, 다롄, 상하이, 칭다오, 톈진 등 5대 항구에서만 수산물 수입을 허용했지만 이후 장쑤, 허베이, 저장, 광시 등으로 확대했다. 
1985년부터는 더 이상 수산물 조달계획을 세우지 않고 수출입 권한을 완전히 민간에 넘겼다. 겉으로는 민간이 수급을 조절하는 것 같지만 큰 틀의 자원 확보는 정부가 직접 나선다. 
북한 동해안에 대한 조업권 확보에 중국 정부가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지원을 명분으로 아프리카, 남미국가들에 대한 원조에 나서면서 속속 어업권을 따내고 있다. 중국의 지원을 받은 국가들은 중국 어민들에 대해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 원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에서 중국 깃발을 단 채 조업을 하면 관리의 단속이 상대적으로 유연해진다”며 “요즘은 아예 단속당하면 중국인인 척하자는 얘기까지 할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시내에 있는 홍차오 시장 전경. 


중국은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수산물을 어획해 들어오면 관세를 환급해 준다. 해외 어종 확보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어선 감축사업에 따라 있던 어민들마저 해외로 몰아내는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의 수산물 소비 급증은 국내 수산업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있다. 최근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중국원양자원의 경우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으면서 참치 세계 1위라는 동원그룹과 사조산업을 민망케 했다.
 
동원산업은 시가총액이 4200억원대, 사조산업은 2000억원대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원양자원은 매출액 증가율이 60%에 달했고, 심지어 영업이익률도 60%라고 밝혀 투자자들을 경악케 했다. 한자릿수 매출액 증가에 많아야 2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업체와 비교하면 경이적인 수치였다.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중국원양자원 측은 낮은 인건비와 정부의 유류비 지원 등을 원인의 하나로 설명했다. 물론 중국원양자원의 재무제표에 대해 의심을 품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중국의 소비시장을 감안해 볼 때 중국 수산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렇게 체력을 쌓은 중국 수산업체들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계기로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노릴 때 이를 막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수산가공업에 대해서도 육성정책을 펴고 있어 국내 2차 가공업체들의 설 자리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의 땅을 1 위안으로 99년간 대여해주는 곳이 중국이고 보면 당장 가격경쟁이 되기 어렵다. 중국 양식업체의 규모화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은 1980년대 양식어업 중심의 수산물 생산정책을 수립하고 범정부적인 지원에 나섰다. 은행 대출이자를 내려줬고, 수산물 생산기금을 조성해 직접 지원도 해줬다. 다롄에 위치한 짱즈다오 그룹이 소유한 양식장은 서울시 면적의 2.4배에 달한다. 이 기업은 가리비, 전복, 해삼 등을 생산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북미, 홍콩, 대만 등에 수출하고 있다.
장홍석 연구원은 “중국인의 수산물 소비 급증에 따른 위협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며 “수산자원 확보와 수산기업 생존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0 11/23ㅣ위클리경향 901호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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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30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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