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ㆍ청년·여성 귀농 늘며 변화 주도… 칠레산 와인 등에 대반격 채비

프랑스 와인 샤토 ‘가로’의 소유주인 프랑수아 게즈는 30대 중반이다. 그는 3년 전 미국계 컴퓨터회사를 그만두고 가업을 잇기 위해 보르도로 귀향했다. 샤토 ‘시오락’의 주인인 폴 골드시밋은 경제 관련 컨설턴트 일을 그만두고 180년 된 가업을 잇기 위해 남편과 함께 귀향했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500여㎞ 떨어진 보르도. 프랑스 와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곳이다. 보르도 와인이 달라지고 있다. 젊고 활기 있는 젊은이들이 경영을 맡으면서 한국 재공략을 준비 중이다. 칠레, 미국 등 신대륙 와인에 밀리고 있는 시장을 다시 탈환하겠다는 뜻이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보르도로 돌아오는 젊은 세대가 많습니다. 여성들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보르도 남부 코트드 부르그에서 만난 디디에 콩티에 와인조합장(42)은 보르도의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지역 최연소 와인생산자는 23세. 평균 생산연령은 45세다. 60세도 청년으로 통하는 한국농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코트드 부르그는 최근 강아지를 지역 마스코트로 정했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기 위해서다. 전통을 중시하는 보르도에서는 파격적이었다.

2000년 초반만 해도 프랑스는 와인의 대명사였다. 보르도 와인은 최고 선물로 대접받았고 부르고뉴 지방의 보졸레누보는 출시 전 예약이 빗발쳤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프랑스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시들해진 반면 한-칠레 FTA로 칠레산 와인이 쏟아져 들어왔다. 보르도와인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보르도와인의 한국 수출액은 6월 현재 640만유로로 전년 같은 기간(700만유로)에 비해 8.7% 감소했다.



보르도산이 고전한 것은 와인초보자에게 꽤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1만여 보르도 와인은 연도마다 각기 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나무향이 좋다며 발효와 숙성을 오크통에서만 하는 곳이 있는 반면, 그것이 싫어 스테인리스 양조기나 콘크리트 양조기를 고집하는 생산자가 있다. 와인맛을 결정하는 포도품종별 배합률도 생산업자마다 다르다. 반면 신대륙 와인은 대형 생산자가 표준화된 맛을 내놓으면서 ‘쉬운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보르도 와인협회 마리 에스테브 국제언론담당은 “2~3년 전부터 신대륙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현대적인 와인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드와인을 중시하던 보르도가 최근 달콤한 스위트와인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와이너리마다 숙박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뒤면 와이너리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샤토 스테이’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포도수확을 ‘이례적인 한 해’라고 불렀던 보르도 사람들은 올해는 ‘환상적인 해’라고 평가하며 와인품질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더구나 내년 한-EU FTA가 발효되면 관세 15%가 즉시 철폐된다.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이은경 과장은 “가격경쟁력에서 칠레와 동등한 대결을 펼치게 된 데다 최고 품질의 와인이 생산되는 만큼 내년에는 한국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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