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배우 김성민씨 등이 마약에 연루되자 “연예계의 도덕적해이가 심각하다”는 질타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앞서 신정환씨의 도박논란에 있어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유명인사의 거짓말, 뺑소니, 음주운전 등의 일탈행위가 전해질 때면 ‘도덕적해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유명인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위법이나 불법을 저지를 때 싸잡아 도덕적해라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경제학의 원뜻과 비교해보면 의미가 다소 확장됐다. 위법·탈법과 도덕적해이는 구분돼야 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를 가장 쉽게 설명한 영화가 <월스트리트2;머니 네버 슬립스>다. 올리버스톤 감독은 영화속 투기꾼인 게코의 입을 빌려 도덕적 해이를 설명한다.


누군가가 아주머니의 돈을 가져간 뒤, 책임을 지지 않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2;머니 네버 슬립스>는 <월스트리트>가 나온지 23년만에 제작된 속편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증권가의 흑막을 다룬다. 세월이 흐른만큼 투자기법은 훨씬 복잡해졌지만 속성은 그대로다. 월가는 여전히 탐욕속에 빠져있다. 돈을 위해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행태는 반복된다. 다만 속편은 탐욕에 물든 투자자들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그게 도덕적해이다.  
 주가조작 등으로 8년 복역한 뒤 출소한 게코(마이클 더글라스 분)와 야망큰 펀드매니저인 제이콥 무어(샤이어 라보프 분)가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제이콥은 또다른 투자회사 처칠슈와츠의 브레턴 제임스(조쉬 브롤린 분)를 상대로 복수에 나선다.  

 영화는 제이콥이 몸담은 ‘켈러 제이벨’사가 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브프라임모기지를 잔뜩 껴앉았던 이 회사는 ‘악성채권이 많다’는 시장의 소문이 퍼지면서 무너진다. 제이콥은 소문의 진원지가 처칠슈와츠라는 것을 알아내고는 복수를 단행한다. 처칠슈와츠의 CEO인 브레턴은 겁없는 젊은 펀드매니저가 마음에 든다. 영입을 제안해 함께 일하게 되지만 미래에너지 투자를 놓고 충돌하게 되는데....  

 2007년이 배경인 <월스트리트2;머니 네버 슬립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안고 파산하는 켈러제이벨은 2007년 3월 파산한 ‘베어스턴스’가 모델이다. 부도덕한 투자를 감행하는 ‘처칠슈와츠’는 골드만삭스의 분신이다. 강연을 통해 금융위기를 예견하는 게코는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연상된다.  

 ‘도덕적 해이’는 영화를 지배하는 주제다. 켈러제이벨에 대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인 지를 논의할 때 처칠슈와츠는 ‘도덕적해이’가 우려된다며 반대한다. 게코는 강연과 책출판을 통해 금융위기를 불러온 금융권의 무분별한 차입투자를 ‘도덕적해이’이라고 질타한다. 게코는 또 공매도를 한 뒤 경쟁사에 불리한 소문을 퍼뜨린 브레턴에 대해서도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고 강조한다.  
 금융위기를 맞은 금융사들은 “일주일안에 모든 금융사들이 무너지고 세계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며 정부를 협박한다. 재무부 관료는 “지금 당신들이 요구하는 것은 역사상 최대규모의 구제금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친다. ‘대마불사’를 믿고 투자한뒤 책임을 지지 않는 도덕적해이에 대한 반박이다.  
 

 경제학에서 도덕적해이란 불완전하게 감시를 받는 사람이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고용주가 근로자의 행동을 일일이 관찰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근로자가 게으름을 피우는 현상이다. 보험에 들었다며 화재예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화재율이 높아지는 것도 또다른 형태다. 하지만 근로자나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표나지 않는데도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고, 보험을 들었는데 추가로 화재예방을 충실히 하라는 것은 넌센스다. 도덕적해이는 정보량의 차이, 즉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발생한다. 그런만큼 반드시 위법이거나 불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은행이 정부의 보증을 믿고 마구잡이 대출을 해주는 것도 ‘도덕적 해이’다. 은행이 망할 경우 경제산업 시스템 전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은행은 배짱을 내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불법 대출을 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 수십억원의 급여를 챙긴 은행가들도 ‘도덕적해이’로 질타받는다. 하지만 절차만 치켰다면 위법은 아니다.  

브레턴의 자신의 행위가 폭로되자 이같이 주장한다.  
“제가 한 것중에 불법인 것이 뭐가 있습니까”  
로커스펀드에 개인계좌를 개설해 투자한 뒤 켈러 제이벨에 공매도를 치고, 이어 거짓소문을 퍼뜨려 주가를 하락시킨 것이 편법이언정 불법은 아니다는 말이다. 하지만 브레턴은 결국 주가조작과 내부자거래 혐의로 금융당국 앞에 선다. 정부는 브레턴의 행위가 금융시장 질서를 반한 ‘불법’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도덕적해이는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금융인에게는 치명적이다. 금융계는 신뢰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또 금융시장에 피해자가 많이 생겼을 경우에는 불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정부가 나서기도 한다. 다만 불법성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원채 교묘하게 시장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비난여론을 잠재우는 정도의 성과는 기대할 수 있다. 영화에서도 브레턴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들어가는 것까지 보여주고,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월스트리트2;머니네버슬립스>는 금융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다소 밋밋한 영화다. 신종투자기법을 활용한 기가막힌 ‘작전’이 보이지 않는데다 금융위기를 한번더 교훈적으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어렵고 지루할 수 있다. 금융용어가 잇달아 나오는데 비해 극적인 요소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부자거래, 공매도 등과 같은 단어는 아무리 들어도 역시나 어렵다.  

  브레턴의 탐욕을 상징하는 단어는 ‘공매도’다. 공매도를 이해하지 않고는 영화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공매도란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판다는 말이다. 공매도는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투자할 수 있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 제이블사의 주식이 주당 50달러다. 브레턴은 제이블사 주식이 없지만 한주당 50달러에 주식을 팔기로 약속한다. 일정한 시점 뒤 주식을 사려는 사람에게 주식을 사서 넘겨줘야 한다. 주식을 넘겨주는 시점에서 주가가 10달러라면 브레턴은 40달러의 이득을 보게 된다.  

 영화에서 브레턴은 공매도를 한 뒤 제이블사의 주식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다. 제이블사의 주가하락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제이블사의 주가는 크게 하락하고 브레턴이 투자한 로커스펀드는 큰 이익을 남기게 된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작전’의 주요수단으로 활용된다. 국내에서도 공매도로 인한 피해사례가 있다. 지난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는 성도이엔지의 주식을 공매도로 대량 팔았다. 이를 안 투자자들이 결재일까지 주식을 시장에 내놓으려 이유가 없었다. 우풍상호신용금고는 반드시 주식을 사야만 했고, 주가는 상한가를 연이어 쳤다. 하지만 우풍상호신용금고는 결재를 하지 못했고, 거래가 없는데도 성도이엔지의 주가는 춤을 추는 등 금융시장을 큰 혼란을 일으켰다. 우풍상호신용금고는 결국 문을 닫았다. 공매도는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영화는 브레튼의 탐욕을 겨눈다. 하지만 주인공 제이콥무어도 탐욕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제이콥은 회사로부터 받은 보너스 100만달러를 친구에게 친구명의로 켈러제이벨의 주식을 사달라고 부탁을 한다. 투자은행 직원은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꺼리는 친구에게 제이콥은 말한다.
 “다른사람도 그렇게 다 한다”.
 제이콥과 브레튼의 차이는 브레튼은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 소문을 퍼트린 것이고, 제이콥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 정도다.  

 <월스트리트1>에서 ‘탐욕은 좋다’(Greed is good)고 외치던 게코는 속편에서 ‘탐욕은 좋은 것인가’(Is Greed good?)고 되묻는다. 탐욕이 개인투자가에서 월가 전체로 옮겨가면서 전 세계 경제시스템을 뒤흔든데 대한 반성이다. 하지만 전편의 차갑고 냉철한 게코를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게코의 변신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23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만큼 국제투자자가 변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전편에서는 “니케이 지수가 크게 올랐어. 일본인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살 기세다”고 외친다. 하지만 후편에서는 큰 손이 바뀐다. 중국인들이 150억달러를 투자하러 나타나는 것이다. 켈러제이벨사는 망하기 직전 “중국이 협상 파기를 선언했고, 한국과도 협상이 실패했다”고 고백한다. 리만브라더스가 산업은행과 협상을 하다 결렬된 것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우정출연으로 나온 찰리쉰(버드 역)과 제이콥무어의 어머니로 나오는 수잔 서렌든(실비아 역)을 보는 묘미도 쏠쏠하다. 버드는 게코에게 “블루스타를 세계 최대 항공사로 키워서 팔았다”며 전작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실비아는 부동산 광풍에 복부인이 됐다가 거품이 꺼지자 원래 직업인 간호사로 돌아가는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인을 그려냈다.  


 주인공 제이콥은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린치에서 이야기를 가져왔다. 11살에 캐디로 일했다가 피델리티 경영진의 눈에 띄어 피델리티의 지원을 받고 공부한 뒤 입사하면서 성공신화를 일궜다. 그가 운용하던 마젤란 펀드는 13년간 연평균 29%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해 은퇴 무렵에는 세계 최대의 뮤추얼펀드로 성장시켰다.
 1990년 4월 46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이유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연인 위니와 아버지 게코와의 화해를 돕고, 헤어진 위니와 재결합하려는 제이콥의 행동은 피터린치에서 그 모티브가 보인다.//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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