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11월 러시아의 시골 ‘아스타포보’역에서 대문호 톨스토이가 생을 마감했다. 아내 소피아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온 지 열흘 만이었다. 불화의 원인은 ‘저작권’이었다. 남편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저작권을 대중에게 주려 했다. 하지만 아내는 가족의 재산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


2010년 연말 국내 개봉된 마이클 호프만 감독의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은 톨스토이가 사망하기 직전 1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0년은 톨스토이가 사망한 지 100년째 되는 해다. 톨스토이(크리스토퍼 플러머 분)는 단순한 소설가가 아니다. ‘톨스토이즘’으로 표현되는 사상가이기도 하고 철학자이기도 하다. 무욕 무소유의 공동체 삶을 통해 자유와 사랑을 추구했다. 사상적 기초는 사유재산에 대한 부정이다.

막대한 부를 안겨주는 저작권은 그가 버릴 수 있는 가장 큰 사유재산이었다. 딸 사샤와 수제자 체르트코프 등 지지자들은 톨스토이를 설득한다. 유언장을 고쳐서 저작권을 사회에 돌려주라는 것이다. 자신의 사상을 실천한 톨스토이는 ‘성인’이 된다.


하지만 아내 소피아(할렌 미렌 분)는 분노한다. 48년간 동고동락하며 13명의 자녀를 낳고, <전쟁과 평화>를 6번이나 옮겨 써준 ‘공동재산’을 자신의 동의 없이 포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저작권 포기는 오랜 동반자인 자신을 남편이 버리는 행위와 같다. 가족간의 불화는 톨스토이의 비서인 발렌틴 불가코프(제임스 맥어보이 분)의 시각으로 그려진다.

저작권이란 저자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그 작품을 인쇄하거나 복제·판매할 수 없는 권리를 말한다. 통상 저작권은 저자가 죽은 뒤 50년까지 보장된다. 경제학에서 저작권은 특허권과 함께 정부가 인정해주는 ‘공인된 독점’으로 본다. 배타적인 공급권을 부여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은 확실히 창작활동을 돕는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독점권은 상품의 가격을 높여 사회적 비용을 높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창작을 되레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저작권을 얼마나 인정해 줘야 하는지, 어느 선까지 보장해줘야 하는지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한때 한 누리꾼이 다섯살짜리 딸이 부른 손담비의 ‘미쳤어’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저작권 침해 신고를 받아 논란이 됐다. 15초 남짓한 동영상은 상업적인 것도 아니었고, 완성도가 높은 UCC도 아니었다. 누리꾼은 과도한 조치라며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법원에서 승소했다. 몇해 전에는 저작권을 위임받은 로펌들이 청소년 블로거를 상대로 무분별한 소송을 걸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 여중생은 겁에 질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미 FTA에도 저작권 조항이 있다. 현행보다 20년 연장된 저자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저작권을 주로 사들여오는 우리로서는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연평균 22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추정치가 나와 있다.



영화에서 톨스토이는 말한다.
“내가 글을 쓴 것은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소피아는 대꾸한다.
“우리 아이의 유산을 훔치는 것은 용납못해요.”

저작물은 개인의 창작물이지만 사회의 자산이라는 반론도 있다. 러시아 정부는 톨스토이가 죽은 뒤 소피아에게 톨스토이의 저작권을 되돌려준다.

파란 많았던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 역은 할렌 미렌이 맡았다. <더 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검증된 배우다. 남편에게 애교를 떠는 양처와 남편을 모질게 몰아붙이는 악처의 심리를 한 화면에 담아낸 그녀의 연기는 볼수록 매력적이다.


이 글은 주간경향 909호(2011년1월18일자)에 게재됐습니다. 해외출장 등이 겹쳐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고 온라인독자들께 올립니다. 해외출장이 끝나는데로 업데이트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중국 대련에서 주인장 백.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정보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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