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카라사태’가 새해벽두부터 연예가를 흔들고 있다. 지난 19일 걸그룹 카라 멤버 5명중 3명이 소속사에 전속계약해지 통보한것이 발단이다. 한승연 정니콜 강지영 등은 소속사가 지위를 악용해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을 강요하고 각종 무단계약을 해왔다는 것을 결별이유로 내세웠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살인적인 스케줄과 적은 보상에 불만을 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연예관련 단체들이 집단반발하며 배후세력설을 제기하는 등 사태는 갈 수록 꼬여가고 있다.


 지난 동방신기 사태 이후 ‘노예계약’으로 표현되는 한국형 스타제조 시스템의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재능보다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K-POP스타들은 태생부터 전속기획사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캐스팅, 훈련, 노래선택까지 전속사에 빚을 진 보이, 걸 그룹들이 기획사와 동등한 수준의 계약을 요구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지 모른다.

비틀즈 멤버, 폴메카트니는 노예계약을 피하는 비법을 안다. 존레넌에게 묻는다. “우리 노래를 가지고 있어야 해. 그래야 레코드 회사에 휘둘리지 않아. 너 곡 쓸줄 아니?”  

<노웨어보이-존레넌비긴즈>는 비틀즈의 맡형, 존레넌의 10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왜 방황을 했고,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는지, 멤버들은 어떤 인연으로 연결됐는지를 여성감독 샘 테일러 우즈의 시각을 따라 섬세하게 따라간다. Nowhere Boy는 갈 곳없고, 오라는 곳없는 10대의 존, 바로 그를 표현하는 문장이다.

존 레넌(아론 존슨 분)은 이모 미미(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의 손에서 자란다. 어머니 줄리아(앤 마리 더프 분)는 존이 다섯살때 그를 버렸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기억, 이모의 빈틈없는 교육에 존은 숨막혀한다. 이모부의 갑작스런 죽음에 방황하던 존에게 탈출구는 어머니였다. 
 존은 어머니를 통해 기타를 만난다. 어머니와 이모는 어렵게 화해에 이르지만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돌연 세상을 떠난다. 존 나이 열일곱때였다.
 어머니가 자신을 버려서 한번, 교통사고로 떠나서 또한번, 이렇게 존은 그녀를 두번 잃는다. 후에 존은 “냉혹한 삶에 증오를 느꼈다”고 회고했다.


 새 남자를 찾아 자식마저 버리는 ‘자유분방’한 어머니는 존에게 상처만 남긴 것이 아니다. 예술가로서의 DNA도 동시에 남겼다. 학교의 정학통지서를 불태우고, 맘에 드는 여자와 한낮 섹스를 즐기는 반항아 존은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다.   

영화는 끝날때까지 단 한번도 ‘비틀즈’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다. 존이 독일 함부르크로 떠나기 직전 영화는 끝을 맺기 때문이다. 영화속 밴드의 이름은 주구장창 ‘쿼리맨’이다. 존이 또래 10대들을 모아 만든 아마추어밴드로 비틀즈의 전신이다.  

동네 락밴드지만 이들은 초기부터 연예기획사로부터의 독립을 꿈꾼다.  

너 곡 쓸줄 아느냐”는 10대 소년 폴 매카트니의 질문에 존 레넌은 이같이 말한다. “어. 그런데 곡은 아니고 시와 가사같은 거야”  
폴은 말한다 “그럼 됐어. 시와 가사를 써놓고 곡만 붙이면 되는거야”  
존이 되묻는다. “넌 곡을 가지고 있니”  
폴이 답한다 “그래. 몇개 써놨어”


연예기획사가 빚어놓은대로 이미지를 먹고 사는 국내 아이돌과는 차원이 다른 될 성부른 나무의 ‘떡잎’들이었던 셈이다. 카라에 앞서 큰 파문을 일으켰던 그룹이 동방신기였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동방신기는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가 SM엔터테인먼트의 전속계약을 파기하면서 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들은 2011년 JYJ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슈퍼주니어출신의 한경도 SM과 법정다툼 중이다. 이들은 SM과 맺은 전속계약서가 연예인들의 활동과 이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노예계약서’라고 주장한다.

연예기획사들은 자사 소속 연예인들과 최장 13년간 전속계약을 맺었고,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예상수익의 최고 3배까지 위약금을 물렸다. 동방신기 팬들은 공정위에 이같은 계약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팬들의 손을 들어줬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자사 연예인들과의 수정계약을 맺고 전속기간은 데뷔일로부터 7년, 위약료는 예상수익으로 축소했다.  

연예인 노예계약이 사회적인 이슈가 된 것은 1999년 탤렌트 장자연씨의 자살사건에서 비롯됐다. 성상납 등을 거부하지 못할 수 없는 연예인들의 전속계약문제가 불거졌다. 공정위는 조사에 착수,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했다.  


‘전속계약’이란 연예인 등이 연예기획사에 독점적으로 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전속료를 받는 계약을 말한다. 기획사는 연예인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점이, 연예인은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계약은 대상 연예인의 위상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대형스타의 경우는 거액의 계약금을 줘가면서 모셔온다. 기획사와 스타간의 계약은 11대 0이 되기도 한다. 연예인은 수익전체를 챙기고, 수익에 따른 세금도 기획사가 내주는 형태다. 반면 신인이가나 무명이라면 2대8이나 3대7 계약을 각오해야 한다. 기획사는 유명연예인 영입에 따른 재정부담을 신인과 무명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전속계약 기간 등을 줄이는 조치에 대해 연예기획사들의 불만은 크다. 1명의 대형스타를 키워내기 위해 들어가는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사생활도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인권유린에 가까운 계약은 연예인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불러왔다. 해외 유수 언론들도 잇달아 연예인 계약문제를 보도했다. 인권착취라는 조롱이 제기되면서 한류의 격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 연예기획사의 저변은 아직 약한 편이다. 박진영의 JYP, 양현석의 YG엔터테인먼트는 증시에 상장에 실패했다. 거래소는 이들 기업이 아직 상장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JYP는 상장이 거절되자 코스닥에 상장한 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당연히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연예기획사와 연예인간 계약도 공시하도록 했다. 연예기획사의 자신은 소속 연예인들의 몸값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회사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속계약은 반드시 투자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논리다.

연예기획사들은 전속계약에 대해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률적인 하자가 없다면 사인간 자유롭게 계약하도록 구속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월적 위치를 악용해 불공정 계약을 맺는 것은 ‘반칙’이라는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계약자유의 원칙이란 개인이 자기 의사에 따라 자유로이 계약을 체결하고, 국가는 사법상의 효과를 인정해 그것이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다. 여기에는 4가지 자유가 있다.

*계약 체결의 자유 : 계약을 체결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할 자유
*상대방 선택의 자유 : 누구와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를 선택할 자유
*내용 결정의 자유 : 법규나 양속을 해치지 않는 한 어떠한 내용의 계약도 체결할 수 있다는 것.
*방식의 자유 : 계약은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성립. 특정의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등 프로스포츠도 ‘전속계약’문제가 종종 불거진다. 선수는 불합리한 연봉을 받거나 처우를 받더라도 팀을 옮길 수 없다. 구단의 허락이라는 족쇄가 단단히 발목게 감겨있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대리인(에이전시)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공평한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서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발전하기 힘들다.  


존 레넌은 락앤롤의 제왕 엘비스프레슬리를 보며 이렇게 한탄한다. “하나님은 왜 나를 엘비스로 만들지 않았나” 그러자 어머니 줄리아가 말한다. “그대신 너를 존 레넌으로 만들었잖아”  

비틀즈는 함부르크 시절 2년간 280여회에 걸친 공연을 통해 세계적인 대스타로 가는 내공을 길렀다. 단순히 노래만 잘한 게 아니라 계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영국인들의 현대 자본주의의 산파가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노웨어 보이>는 존 레넌 사망 30주기에 맞춰 2010년 개봉됐다. 2010년은 존 레넌이 태어난지 70년이 되는 해기도 하다. 흉탄에 쓰러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고희에 다다른 그를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사진출처=네이버 영화정보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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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shui 2011.03.17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사 잘읽었습니다 존 레넌, 불멸이죠

  2. 이지호 2011.04.05 16: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한가지, 장자연님 사건 연도가 오기된 것 같아요. 본문에 1999년이라고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