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한반도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라는 곳인 낸 ‘2011 군사균형’ 연례보고서에서다.
 IISS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예들면서 “이는 현재 한반도가 1953년 한국전쟁 종전 이후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연평도 피격이후 다소 남북대치가 소강 상태에 빠진 듯하지만 해결된 것은 없다.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 북한주민송환 등으로 휘발성 높은 긴장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실수로라도 불씨가 툭튄다면-그것이 남북 양측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큰 화마로 이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은 한반도 사는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불안감일 테다.
 남과 북은 핸들을 꺾지 않고 있다. 핸들을 꺾으면 둘다 죽는다는 기세다. 북한은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승계를 해야하고, 남한은 정권말기를 맞아 보수의 힘을 결집해야 하는 형편이라 타협의 여지가 적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주목받은 영화가 있다. 대개 영화는 감독의 이름이 붙지만 이 영화에는 주연배우의 이름이 앞서 나온다. 제임스 딘 주연의 <이유없는 반항>이다. 감독은 니콜라스레이다.
 <이유없는 반항>은 제임스 딘의 두번째 영화다. 제임스 딘은 단 3편의 영화만을 남겼다. 배경은 1950년대 절정기를 맞은 미국사회다. 물질은 넘치는데 부모와 사회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방황을 한다. 짐(제임스딘 분)이 주디(나탈리 우드 분)와 플라토(살미네오 분)를 만난 곳도 경찰서다. 
 짐은 나약한 아버지가 싫었다. 주디는 파티를 방해하는 아버지가 미웠다. 플라토는 자신의 생일에도 집을 비운 엄마에게 분노했다. 그래서 짐은 술에 취해 밖에서 쓰러져 잤다. 주디는 새벽1시까지 집밖에서 방황했다. 플라토는 엄마의 총으로 강아지를 쏘아죽였다. 
 이들에게는 일탈의 충분한 '이유'가 있었지만 어른들은 '이유없다'고 정의해버렸다.





 짐은 경찰서에서 주디를 만다는 다음날, 등교길에서 그녀를 만난다. 주디에게 호감을 갖는 짐에게 주디의 애인, 버즈가 시비를 건다.
 “너 치킨런 해본 적이 있어?”
 짐도 지지 않는다.
 “늘 하던 일인 걸”

 치킨런은 두 사람이 각자의 차로 절벽을 향해 달리다 먼저 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먼저 뛰어내린 자는 치킨(겁쟁이)이 된다. 이른바 ‘치킨게임’이다. 그날밤 둘은 치킨런을 벌인다. 하지만 버즈는 옷이 차문에 걸려 뛰어내리지 못하고 절벽으로 추락한다. <이유없는 반항>은 단 이틀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인 현실에서 치킨게임은 숱하게 일어난다. 금융위기 당시 반도체 기업들은 사운을
 건 치킨게임을 벌였다. 판매량이 떨어지다보니 서로서로 판매가격을 끌어 내렸다. 가격인하 경쟁은 한쪽이 무너질 즈음에야 끝났다. 승자는 한국기업이었다. 우월한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경쟁업체는 이길 수 없었다. 한국기업과 경쟁을 벌이던 경쟁기업들은 가격인하의 여파로 경영위기에 몰렸다. 일본의 엘피다 등은 감산을 선언했다. 국내업체들은 ‘승자효과’를 누리며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치킨게임은 자존심과 연계될때가 많다. 그래서 국가적 위신이 걸린 외교분야에서 종종 벌어진다. 1962년 쿠바위기가 대표적이다. 소련이 미국의 앞마당 쿠바에 핵미사일을 설치하자 미국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존 F케네디 대통령은 후르시초프 서기장에 대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며 해상봉쇄를 실시했다. 양측이의 대결이 일촉측발로 치닫던 순간, 소련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를 선언한다. 소련도 핵전쟁까지는 원하지 않았다. 공멸은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치킨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요건은 뭘까. 그것은 상대방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예를들어 차량이 돌진할 때 두손을 묶어버린다면 어떨까. 나는 절대로 핸들을 꺾지 않겠다는 신호를 상대방에 준다. 상대는 선택권을 가지지만 자신도 충돌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다. 충돌하면 자신도 위험하다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해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에 대해 초강경자세를 보였다. 여차하면 북한 땅을 공격할 수 있다는 입장도 보였다. 치킨게임 이론하에서라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치킨게임을 계속 반복할 경우 사람들이 택하는 선택은 ‘핸들을 꺾는다’로 나타났다. 이는 게임이론 전문가인 가와니시 사토시의 연구결과다. A,B 두 사람이 동시에 핸들을 꺾을 때 얻는 이익이 각각 0, B가 먼저꺾으면 B는 -5, A는5, A가 먼저 꺾으면 A는-5, B는5, 두사람이 동시에 꺾지 않으면 각각 -20으로 가정했다. 




 이 게임을 숱하게 반복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상대방이 먼저 꺾으면 나는 꺾지 않는다.
ⓑ상대방이 꺾지 않으면 나는 꺾는다.
결국 A와 B는 누가되든 핸들을 꺾는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론을 게임법칙에서는 ‘내쉬의 균형’이라고 말한다. 내쉬의 균형이란 서로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 가장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상태다. 즉 수없이 게임을 반복할 때 택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말한다. 내쉬의 균형은 미국 수학자 존 포브스 내시가 창안한 것으로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정신질환에 시달렸던 천재적인 수학자의 파란만장한 생애는 영화<뷰티풀마인드>가 담았다.


 다만 내쉬의 균형을 얘기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가정이 하나 있다. 상대방이 예측가능하고 충분히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라이’거나 ‘잃을 것이 없는 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1962년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 국가의 리더로 ‘잃을 것이 많은 국가’였다. 북한처럼 전쟁이 나거나 말거나, 굶어죽기는 매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졌을때, 과연 ‘핸들을 꺾는다’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북한의 권력승계가 예상대로 되지 않거나 중동발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내부혼란 가능성이 커졌을 때는 얼마든지 극단적인 선택도 가능하다.

한반도가 한국전쟁이후 가장 위험하다는 IISS보고서는 이런 우려를 담고 있다. IISS는 남한이 '군사적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과 군사훈련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군대 규모면에서 중국·미국·인도에 이은 세계 4위라고 소개했다. 군사력으로 서로를 압도하기 위한 치킨게임을 한반도가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유없는 반항>은 1950년대 물질이 풍부해진 미국사회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담았다. 이 영화에서 빨강과 파랑의 색조는 미장센(영화적 도구)으로 쓰인다. 제임스딘은 빨간 재킷과 파란 청바지를 입는다. 플루토는 빨간 양말과 파란 양말을 신는다. 불안과 갈등의 이미지로 감독은 빨강과 파랑을 선택했다. 갈라진 남과북을 상징하는 색깔인 듯해 마음이 왠지 불편하다.


(사진출처=네이버 영화정보)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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