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라고 해야할 듯하다. 영화가 아닌 예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일본의 대지진을 보며 히구치 신지 감독의 <일본침몰>(2006)이 떠올랐다. 5년뒤 이 SF는 실화가 되버렸다.

 

 

 <일본침몰>은 대지진과 화산폭발이 일어나며 일본열도가 1년안에 가라앉는다는 내용의 재난영화다. 도시는 화염에 휩싸이고, 쓰나미가 몰려와 해변가의 사람들을 쓸어간다. 영화는 이날을 ‘1억2000만 최후의 날’이라고 정의한다.
 일본침몰은 ‘메걸리스 함몰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본 아래 태평양판이 상부맨틀과 하부맨틀 경계에 쌓이다 맨틀아래로 빨려들어가면서 일본 땅도 쓸려간다는 것이다. 지구과학자인 유스케 교수(토요카와 에츠시 분)는 “혼슈의 중앙부인 이토이가와와 시즈오카간 화산대가 갈라지고 후지산이 폭발하면 일본은 두동강 난다”고 말한다. 



 일본을 구하는 ‘영웅’으로는 잠수정 파일럿이 선택됐다. 토시오(쿠사나기 츠요시 분)는 잠수정을 타고 심해로 내려가 폭탄을 투하한다. 맨틀아래로 끌려가는 판을 끊기 위해서다. 지구로 날아오는 혜성을 폭파시키기 위해 영화 <아마겟돈>이 선택한 것과 유사하다. <아마겟돈>이 뒤에 나왔으니 <일본침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
 영웅에는 ‘가족’과 ‘애인’이 빠질 수도 없다. 토시오의 선택 뒤에는 이모와 여자친구인 레이코(시바사키 코우 분)가 있다. 그들이 살아갈 일본을 위해 토시오는 자신의 희생한다. 도쿄침몰은 전함 야마토의 침몰로, 토시오의 살신성인은 가미가제에 비견된다. 그래서일까, <일본침몰>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는 아니메에 가까워 보인다.



 <일본침몰>의 원작은 1973년 출판된 코마츠 사쿄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1년만에 400만권이 팔렸다. 이런 흥행은 같은 해 영화로 제작돼 65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 일본은 거칠것 없는 물질적 고성장에 취해있던 때였다. ‘멸망’이라는 소재는 엄청난 사회적인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2006년작 <일본침몰>은 리메이크 작품이다. 200억엔(2200억원)을 들여 일본영화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썼고, 역시 이에 상응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영화속 대지진의 시작은 일본 중부지방 동쪽에 위치한 시즈오카현 스루가만이다. 실제 참극이 일어난 도호쿠(東北)의 아랫지역으로 이곳에서도 6.4의 여진이 발생했다. 대재앙의 끝은 후지산으로 설정돼 있다. 이번 대지진으로 후지산이 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으니 어디까지가 영화고 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일본침몰>이 예견하지 못한 것은 딱 하나다. 원전 폭발이다.


 대지진이나 전쟁이 벌어져 피난을 가야 한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돈이다. 도망갈려고 해도 기름이 필요하고 비상식량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은행으로 몰려간다. 한가롭게 주식거래를 할 사람들도 없으니 주식시장은 거래가 중단된다. 재난에 금융시스템의 붕괴는 시간 문제다.
 영화 속에서도 일본이 침몰한다는 공포감이 퍼지자 사람들은 은행으로 달려간다. 창구에서 ‘내 돈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친다. 은행 예금 인출사태 즉, 뱅크런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떼로 몰려가 돈을 내놓라고 하면 은행이 돈을 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뱅크런이 발생하면 아무리 초우량 은행이라도 망할 수 밖에 없다. 예금자에게 줄 돈을 쌓아놓고 있는 은행은 없기 때문이다.
 뱅크런은 전염성도 강하다. 공포감을 느낀 예금자들은 문제가 없는 은행에 대해서도 돈을 빼낸다.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은행시스템은 붕괴된다. 잘못된 정보나 루머로도 뱅크런은 발생할 수 있다. 뱅크런은 결국 신뢰의 문제기 때문이다.


 은행이 뱅크런에 취약한 이유는 은행시스템의 특징 때문이다. 국내은행은 예금자에게 100만원을 받으면 7만원 정도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대출을 해준다. 대출을 해야 이자수익이 생기고 이 돈으로 예금자에게 이자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해주지 않은 7만원은 예금자가 원할 때 돌려줘야 되는 돈이어서 지급준비금이라 부른다. 일반적이라면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예금한 돈을 찾으려 할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은행은 가능하면 최소한의 금액만 은행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굴리려 한다.
 국내 정기예금 상품의 경우는 100만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2만원만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둔다. 장기주택마련 저축의 경우는 지급준비금이 아예 0이다. 자유입출금식 상품은 지급준비금이 7%다.
 
 은행의 신용창출(신용창조)까지 감안하면 실제 은행이 갖고 있는 돈은 더 적다.
신용창출이란 은행이 계속 대출을 해서 최초의 몇배 이상으로 돈을 시중에 유통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100억원을 시중은행에 줬다 치자. 시중은행은 10억원을 남기고 90억원을 개인과 기업에 대출한다. 은행에서 90억원 대출을 받은 기업과 가계는 이돈으로 사업이나 생활자금으로 쓴다. 이들에게 물건을 판 또다른 기업과 개인이 은행에 90억원을 저축으로 넣는다.
은행은 들어온 90억원 중 9억원을 제외한 81억원을 다시 시중에 푼다. 시중에 풀려나간 81억원이 다시 은행에 회수된다.
은행은 8억원을 남겨둔 73억원을 또 대출한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한은이 최초에 은행에 준 돈은 100억원이지만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돈은 400-500억원까지 불어난다. 실제로 은행이 받은 돈은 100억원이지만 장부에는 500억원의 돈을 대출해주고, 500억원을 예금받았다고 표기된다.

 문제는 금융시스템이 충격을 입었을 때다. 예금을 한 500억원의 예금자들이 일시에 밀려 “내돈 내놓으라”고 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갖고 있는 돈은 얼마없는 데다 빌려준 500억원 대출을 회수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때는 영업수익을 많이내 은행 건전성이 높다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 당장 돈을 내주지 못하는 은행은 파산하기 때문이다. 돈이 모자라면 옆 은행에서 빌려야 하지만 자신들도 위험한데 빌려줄 리가 없다. 결국 믿을 구석은 중앙은행이다. 보다 못한 중앙은행은 해당은행을 영업정지시키고 긴급자금을 수혈한다. 다른 은행들이 ‘뱅크런’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위해서다.
 뱅크런은 지난 저축은행 사태 때도 재현됐다. 부산저축은행 5개 계열 중에서 상황이 좋지 않은 2개의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를 시켰다. 그랬더니 나머지 3개 계열저축은행에도 인출이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우량했지만 예금자들은 신뢰를 더 이상 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른 저축은행 전체로 확대되지 않은 것은 예금보험공사 때문이다. 은행이 지급불능상태에 빠지더라도 예보는 기금을 통해 1인당 5000만원까지는 책임을 져준다. 예금자들은 ‘은행이 망해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니 무작정 은행으로 달려가는 일을 멈추게 된다.
 뱅크런은 16세기 영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가장 혹독했던 뱅크런은 1929년 대공황으로 기록된다. 뱅크런은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주로 발생한다. 잘못된 정보나 소문에도 뱅크런은 일어날 수 있다. 금융위기 당시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인포데믹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포데믹스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공포감이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침몰>은 ‘가까운 미래, 어쩌면 내일일지도 모른다’고 운을 떼며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가 그린 대지진, 쓰나미, 화재의 참상은 이제  ‘오늘’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예상이 다 맞지는 않았다. 영화속에서 보인 극단적인 무질서는 현실에서 없었기 때문이다. 사재기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정도면 양호했고, 약탈이 없었을까마는 같은 사회문제화될 수준은 아니었따. 뱅크런 얘기는 아예 없었다. 일본인들이 위기속에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신지 감독은 2006년 일본에서 열린 영화시사회에서 한국기자들에게 “일본은 지진과 화산활동이 많은 나라다. 여러분은 굉장히 위험한 도시에 오신 거다. 기자회견이 끝나면 서울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농담을 건냈다. 주인공역을 맡은 츠요시도 ‘실제로 일본이 침몰하면 어디로 갈것이냐’라는 질문에 “한국은 지진이 없으니까 한국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답했다. 츠요시는 국내에서 초난강으로 알려져 있는 친한파 배우다. <천하장사 마돈나>에도 출연했다.
 감독과 주연배우의 농담이 5년뒤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그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사능 공포에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넘어오는 일본인이 적잖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
<사진출처:네이버 영화정보>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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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지 못하게 막아야 2011.06.01 0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쪽국 인구가 얼만데...
    그것들 하나하나 받아주다간, 주객이 전도되고 말 것!

  2. 2011.06.20 16: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뭐지 2012.04.05 0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쓴이 친일파인가.. 뭐가 안타깝지.. 어이없네 ㅋㅋ
    열받아야 되는게 정상 아닌가? 한국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해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