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강만수 신임 산은지주 회장 겸 은행장 정책입김 우려 목소리

3월 14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1층 로비. 신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로비를 가득 메운 직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신임 회장은 천천히 단상에 올랐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3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취임식을 갖고 직원들에게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금융계 안팎에선 산은이 금융정책을 쥐고 흔드는 ‘강만수 섭정’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오래 전부터 산은과 여러번 일을 했는데 이번에는 한 가족이 되어 일하게 되었으니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저는 인생살이에서 정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며 “저를 인정많은 형님으로 생각하고 함께 가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취임사를 마쳤다. 건배사로는 ‘원더풀’을 외쳤다. ‘산은그룹의 미래가 원하는 것보다 더 크게 풀려나가라는 의미’라고 했다.

단상에서 내려오자 30여명의 기자들이 신임 회장의 추가 발언을 듣기 위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메가뱅크로 가느냐”는 한 방송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는 “(건배사 속에) 다 담겨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홍보팀 직원들이 신임 회장을 에워싸며 “다음주 화요일(3월 22일) 기자단 오찬간담회를 열고 궁금한 것에 대해 모두 밝히겠다”며 막아섰다.

이를 지켜보던 산은의 한 관계자는 “산은 수장이 취임식에서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면서 “실세의 힘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대통령경제특보 등을 지낸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다.

금융정책 최고위 책임자들 “선배님”
‘킹만수’의 최종 종착지는 산은이었다. 차관급인 산은지주 회장으로 돌아온 강 회장은 역대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최고 거물급 인사로 평가된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인 ‘MB노믹스’를 만든 강 회장에게 대적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강 회장은 행시 8회다. 금융당국 최고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행시 23회)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내정자(행시 23회)의 한참 선배다. 실제 김석동 위원장은 강 회장이 재정경제원 차관일 때 과장에 불과했다. 산은지주의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20회)도 역시 먼 후배다.

강 회장의 금융지주 회장설은 지난해부터 나왔다. 신한·우리·하나금융 회장 선임 때마다 유력후보로 떠올랐다. 신한금융 후보로 떠오를 당시 강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나하고는 상관없는 얘기고 모르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설’이 떠도는 원인까지 분석을 했다. 강 회장은 “오래 전부터 그런 얘기가 나오기에 왜 그런가 알아보니, 신한쪽 간부들이 기자들에게 얘기하고 다니고, 그게 증권가 찌라시에 뜨고, 기사에도 언급되고 했다고 그러더라”며 “신한이 처음 만들어질 때 내가 이재국 과장이어서 관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아는 간부들이 말하는 것 같지만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 회장이 민간금융권에서 일하고자 하는 의중을 가진 것은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이 “지난 3년간은 나라를 위해 봉사했으니 남은 시간은 민간부문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금융권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여론이 문제였다. 가뜩이나 MB 측근인사의 낙하산 논란이 많은 상태에서 강 회장마저 민간금융권으로 가는 것은 명분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올 1월 말부터 측근들은 저녁 자리마다 여론 떠보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한은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말이 많을 수가 있고, 우리금융이 좋긴 한데 거기는 이팔성 회장이 버티고 있다”며 “산은지주는 정부가 임명할 수 있는 자리인 데다 금융공기업이니 상대적으로 뭐라고 할 사람이 적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산은은 정책금융공사와 정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강 회장은 임금에도 욕심을 냈다. 강 회장이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돌았다. 강 회장은 산은 회장직 수락 직전 정부 최고위급 관계자와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하되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얘기도 여기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맞장구를 쳤다. 김 위원장은 강 회장 내정 발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삼고초려해도 답을 잘 안하셔서 월급 때문인가 했다”며 “산은금융의 비즈니스 영역이 일반 금융지주사와 비슷한 만큼 연봉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연봉 인상을 시사했다.

현재 산은지주 회장의 연봉은 성과급까지 합쳐 4억6000만원 수준이다. 민간 금융지주 회장의 20억∼30억원에 비해 크게 낮다. 강 회장은 재정부 장관 시절 공기업 임원들의 급료가 과도하게 많다며 40%가량을 쳐냈다.

당연히 반발이 나왔다. 사람에 맞춰 임금까지 올리려 한다는 ‘위인설급’(爲人說給)’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검토한 바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4개 정책금융기관 합병 시나리오
이같은 요란스런 등장을 바라보는 금융당국 후배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금융당국 수장들마저 선배라고 굽신거리고 있어 아침마다 산은에 들어가서 보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온다. 한마디로 ‘섭정’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과장급 관계자는 “앞으로 산은을 어떻게 모셔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개인적으로야 잘됐다고 생각해도 조직적으로 보면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인사”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시선은 이제 산은의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 강 회장 취임으로 산은은 일약 ‘을’에서 ‘갑’의 위치로 올라섰다. 추후 금융권 인수·합병(M&A)을 주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유성 회장 시절에도 산은은 국내외 금융사 인수에 수차례 나섰지만 그때마다 정책당국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강 회장 임명과 관련, “민영화 등에 믿고 통으로 맡길 사람이 필요했다”며 “(강 회장에게) 파워풀하게 하도록 행장도 겸하시라고 했다”며 큰 폭의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가장 손쉽게 전망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산은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등 4개의 정책금융기관을 합치는 것이다. 중복된 기능을 통합한다는 명분도 있고 규모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우리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을 흡수해 산은지주의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통합하면 민간금융권에 충격을 주지 않고도 거대 IB(투자은행)를 만들 수 있다.

반면 산은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 회장이 장관 시절부터 외쳤던 그림이다. 산은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을 합친 구상이다. 글로벌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2014년까지 예대율 100%를 맞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여야 한다. 대출을 줄이면 자산규모가 축소되고 수익성이 나빠지는 만큼 예금을 늘릴 수밖에 없다. 리테일이 약한 산은으로서는 우리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강 회장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은행산업을 흔들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다만 정권 말기에 실세가 주도하는 은행산업 재편이 국내 금융산업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이) 워낙 일을 하고 싶어한다”며 “한번 방향을 결정하면 무조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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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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