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919호

[경제]외환은행 매각 ‘갈수록 태산’

ㆍ대주주적격성 심사에 ‘사회적 신용요건’ 암초로 대두

“4년 전에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를 판단하는 데 국내외 구분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외자금은 적용이 안 된다고 한다. 그동안 뭐가 달라진 것인가.”

지난해 12월 5일 외환은행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김세구 기자


3월 2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홍익대 전성인 교수가 4년 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공문을 공개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는 ‘(비금융주력자의 주식 보유를 제한하는) 판정 기준이 외국인에 대해서도 내국인과 동등하게 적용되느냐’는 질의서를 금감위에 보냈다. 금감위는 이에 대해 “내국인과 외국인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냈다. 시행은 은행감독과, 전결 날짜는 2007년 5월 21일이라고 적혀 있는 공문이었다.

금융위원회가 3월 16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대해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2007년 심사에 들어간 뒤 4년 만에 내놓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금융위가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론스타펀드를 금융자본으로 판단한 근거와 자료 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다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암초에 부딪혔다. 3월 10일 대법원은 2003년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 대표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의견을 담아 파기 환송했다. 1심 유죄였던 것이 고법에서 무죄로 뒤바뀐 상태여서 하나금융도, 론스타도 심지어 금융당국도 예상치 못했던 판결이었다.

대법원서 유죄의견 담아 파기환송
3월 16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심사를 동시에 마치려고 했던 흐름이 일순간에 뒤집혔다. 눈 딱 감고 ‘론스타는 금융자본’이라고 하면 끝날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조건이 하나 더 붙게 된 것이다.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려면 ‘사회적 신용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즉 대주주가 금융범죄를 일으켜 처벌을 받으면 그 자격을 잃게 된다. 금융위는 15일 자정까지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자정 무렵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온다”며 지인에게 전화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 판결이 아니라는 게 금융위의 애를 더 태웠다. 주가조작의 대상자와 범위에 대해 짐작만 가능할 뿐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날 금융위가 꺼낸 묘수는 론스타는 금융자본이라고 판단하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최종 판단은 유보하는 것이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아예 상정도 안 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솔직히 대법원에 그런 건이 상정돼 있는 줄도 몰랐다”며 “행정부만의 일이라면 어떻게 하겠는데 사법부 영역이니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금융위는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판단한 것만 해도 큰 진전이라고 자위했다. 금융위는 자료를 제출한 론스타IV펀드에 대해서만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와 경실련, 경제개혁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론스타에는 2007년 기준 론스타IV펀드 외 5개의 펀드가 더 있다. 이들은 ‘론스타’라는 동일인에서 쪼개진 만큼 6개 펀드의 자금 출처를 모두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사모펀드에서 비금융회사(제조업체 등)의 자본총액 합이 전체의 25%를 넘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 합이 2조원을 넘으면 산업자본이 된다.

미국·독일선 “론스타는 산업자본” 판정
정황증거도 있다. 해외지점이 가장 많다는 외환은행이 유독 미국에는 법인이 없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 지점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 은행지주회사법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에 대해서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외환은행은 독일에서도 ‘반쪽’ 영업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법인은 자율적 예금보험제도에 가입하지 못했다. 론스타의 투자자 내역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율적 보험제도에 가입하지 못하면 5만 유로가 넘는 예금에 대해서는 예금보장이 안 된다. 반면 신한은행은 자율적 보험제도에 가입했다. 외환은행 독자생존을 위한 전국 부점장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금융산업 선진국인 미국과 독일에서조차 론스타는 산업자본이라는 판정을 사실상 받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 측은 “미국과 독일 사례에 대해 따로 언급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앞당기기 위해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3월을 넘기면 329억원의 지연보상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 하나금융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행정당국 자체가 판단한 법리검토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법부를 무시한 행태”라며 “지연보상금도 귀책사유가 론스타에 있으면 하나금융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양벌규정’ 논란을 주목하고 있다. 임직원이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법인에 자동으로 죄를 묻는 규정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유회원 대표 개인에 대한 판결이지 론스타 법인에 대한 유죄 의미는 아니라는 논리가 배경에 깔려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외환은행 노조는 “유 대표가 주가를 조작한 것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론스타를 위해 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사태가 이처럼 꼬이게 된 데는 정치권의 개입도 배경에 있었다며 원망하는 눈치다. 2006년 당시 이재오, 최경환, 나경원 의원 등은 ‘외환은행 매각 중단조치 촉구 결의안’을 내며 론스타 저격수로 나섰다. 

당시 한나라당은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이 정치자금 등을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 의원은 사석에서 금융당국자들에게 “우리 타깃은 여러분들이 아니고 물밑에서 벌어진 일들”이라며 “우리는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자료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될 문제에 정치적 의혹을 덧붙이면서 파문이 커져버렸다”며 “같은 논리라면 지금은 한나라당의 정치자금 확보를 위해 매각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다음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법리검토를 위한 전문가 선정도 끝내지 못한 상태다. 내로라하는 법무법인들은 하나금융이나 외환은행 혹은 론스타의 사건을 맡은 적이 있어 이해상충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승인 지연에 따른 하나금융의 지연보상금 문제는 고민도 아니다”라며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해외투자자들을 자극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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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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