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무리한 PF대출로 경영부실 초래…하반기 후폭풍 우려

국내 금융권의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후폭풍이 거세다. 부산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급한 불은 껐지만 상반기까지의 얘기다. 금융권은 당장 하반기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서울·수도권에 소재한 저축은행의 이름들이 일부 거론된다. PF사업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추가 대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멀쩡하던 사업장까지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2월 1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부산2저축은행에 예금을 인출하기 위한 고객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연합뉴스


도대체 PF사업장은 얼마나 부실한 것일까. 금융당국은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PF사업장을 전수조사했다. 2008년은 조사 내용을 공개했지만 2009년은 공개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PF 부실이 너무 커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뒷얘기가 나왔다. 2010년은 아예 조사를 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금융감독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2009년 자료를 받아냈다. PF대출의 성질을 분석해보기 위해서였다.

착공전 대출과 허술한 심사가 부실 불러
경실련이 분석해보니 상황은 예상보다 나빴다. 저축은행 PF대출 가운데 상당수가 추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착공전 대출에 물린 자금이 너무 많았고, 저신용 시공사에 빌려준 자금도 절반이나 됐다. 서울 수도권 내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에 집중투자를 해놓아 지금처럼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 추가 부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저축은행 PF 중 착공전 대출이 7조9000억원으로 전체 PF대출 11조7000억원의 67.7%나 됐다. PF대출은 진행단계에 따라 착공전 대출과 착공후 대출로 나뉜다. 착공전 대출은 사업장의 토지 매입을 위해 필요한 초기자본으로 브리지론이라고도 한다. 건축허가가 나기 전이라 사업 진행에 대한 불투명성이 높다. 잠재적인 위험도가 높다는 의미다. 착공시점 공사를 위해 필요한 돈이 착공후 대출이다. 본PF대출이라고도 부른다. 사업장이 형태를 갖추고 일정 수준의 담보가 있기 때문에 대출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

저축은행이 빌려준 브리지론은 전체 금융권 브리지론 21조6000억원의 3분의 1이나 됐다. 브리지론의 대부분을 사실상 저축은행이 도맡았다는 얘기다.

반면 저축은행의 본PF대출은 PF대출 전체의 32.3%인 3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브리지론의 절반밖에 안 됐다.  

시중은행은 달랐다. 시중은행은 51조원의 PF대출 중에서 브리지론은 5조2000억원으로 10.2%에 불과했다. 나머지 45조8000억원(89.8%)은 본PF대출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브리지론으로 PF사업장에 투자한 뒤 건물이 올라갈 시점에 이를 시중은행에 넘기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형태를 취했다”며 “성공하면 투자수익이 컸지만 전문성이 떨어지고 자본이 적은 작은 금융기관이 다루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대책 마련 손 놓고 있어
저축은행의 마구잡이 투자는 대출해준 시공사의 신용평가에서도 드러난다. 저축은행이 투자위험 및 미등급 시공사에 빌려준 대출은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이 시공사에 빌려준 전체 대출액의 48.4%다. 그러니까 저축은행이 대출해준 시공사 둘 중 하나는 투자위험 등급에 있던 회사라는 얘기로, 사실상 대출심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투자위험 등급 및 미등급이란 회사채 BBB- 미만 또는 기업어음 A3- 미만인 시공사다.


시중은행은 6조9000억원의 대출이 투자위험등급 시공사에 물려 있었다. 액수는 저축은행보다 많지만 전체 시공사 대출액 대비로는 20.4%다. 비중으로만 보자면 저축은행의 절반 정도다. 2008년만 해도 저신용 시공사 대출은 2조7000억원(7.3%)에 불과했다. 1년 사이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악화돼 ‘저신용 시공사’로 분류되면서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PF대출을 조이고 있어 신규대출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얘기다.

저신용등급의 시공사들은 시중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힘들어지자 저축은행으로 몰려갔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대출심사가 까다롭지 않아 대출승인이 쉽게 났다. 대출과정에서 저축은행 대주주와 대표 등 임직원들과 시공사 임직원 간 유착관계도 상당했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경실련은 사업용도와 지역별 대출을 분석해볼 때 저축은행들이 당분간 PF 위험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축은행이 대출해준 금액의 68.6%(7조7000억원)는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 투자에 몰려 있었다. 특히 수도권 투자가 57.2%(6조6000억원)로 많았다. 수도권 부동산시장 회복 여부에 저축은행들의 명줄이 걸려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은 미분양주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0년 3·4분기 현재 3만채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초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아파트 매매가 되살아날 듯 보였지만 3월 이후 다시 고꾸라졌다.

지난 4월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감원장, 5개 금융지주 회장들이 부동산 PF대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2015년께 부동산 대세 상승이 마무리되고, 2018년부터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전망까지 나와 있어 부동산시장이 2000년대 중반 호황 시절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서울·수도권에 공급이 줄어들면서 2∼3년 이후에는 공급부족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굳이 전망해보자면 이때가 아파트 등에 물려 있는 PF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우려처럼 부실 PF대출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체 금융권의 PF대출은 2008년 말 83조원에서 2010년 말 66조5000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부실채권인 고정이하 여신은 2조6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껑충 늘어났다. 앞으로 부실 우려를 짐작해볼 수 있는 악화 우려사업장은 2008년 6조2000억원에서 2009년 말 11조110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후 전수조사를 중단하면서 2010년 이후는 추정해볼 근거가 없다. 부동산 PF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금융당국이 전수조사를 중단한 데 대해서는 사실상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실련 이기웅 경제정책팀 간사는 “정확한 사전조사를 해 위기 발생에 대비한 대책을 만드는 것은 금융당국의 의무이자 역할”이라며 “시장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은 당장 전수조사를 실시해 그 실태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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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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