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률 경제부 기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층 대강당. 권혁세 금감원장의 ‘특별정신교육’을 받고 나온 한 금감원 직원은 고개를 떨궜다. 권 원장은 특별교육에서 “금감원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하는 일은 허점투성이였다. 

 <경향신문 DB>

지난 25일 하루에만 금감원 전·현직 직원 4명이 구속됐다. 그 중 한 명은 금감원 옆 건물에서 1000만원을 수수했다가 걸렸다. 또 모 국장은 자신이 조사한 기업을 변호하던 로펌으로 옮기려다 여론의 질타로 포기했다. 

저축은행 부실책임으로 지난달에는 기관경고를 받았다. 농협과 현대캐피탈 전산망이 뚫리면서 금융계는 발칵 뒤집혔다. 부실 저축은행의 부당인출건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부실 저축은행의 불법 예금 인출과정에 금감원이 방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금감원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이 합쳐져서 탄생했다. 임직원만 1500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유일의 금융감독기관이다. 검사권을 한데 몰아 거대기관으로 만들어준 것은 독립적으로 금융감독을 제대로 해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금감원은 기대에 부응하기보다는 실망을 시킨 경우가 더 많았다. 소비자분쟁 때 금융회사 편을 드는 경우가 많았고, 퇴직 후 민간금융회사로의 ‘재취업’은 매번 논란이 됐다. 그때마다 3개 감독기관을 합친 것이 잘한 일인지,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나눠 정책과 감독기관을 따로 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은행도 필요하다면 은행검사권을 나눠주고, 소비자보호기능도 떼어내 독립시킬 수 있다. 과도한 힘이 있어 문제가 됐다면 그 힘을 분산시키고 견제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금감원 직원들의 자정능력에만 목을 매달 수는 없는 노릇이다.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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