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ㆍ대형 가맹점들 노골적 요구… 당국, 단속 뒷짐

신용카드 결제대행사업자(밴사업자)가 연간 매출액 1조원 가운데 7000억원 이상을 가맹점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카드결제사업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고, 대형 가맹점도 노골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하면서 그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업계의 마케팅 비용”이라며 단속에 뒷짐을 지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16일 “카드결제사업자가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연간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카드 결제건수는 월평균 7억건가량이고, 카드사가 결제사업자에게 지불하는 결제수수료는 건당 평균 120원이다. 월 기준으로 840억원, 연간 기준으로는 1조원 시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체 결제수수료의 70~80%가 가맹점에 리베이트로 지급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연간 7000억~8000억원이 리베이트로 지급되는 셈이다.

KT 자회사인 BC카드가 대주주인 결제사업자 ㄱ사는 최근 편의점과 대형 할인마트, 스포츠의류 회사의 결제서비스를 잇따라 확보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ㄱ사의 약진 이면에 막대한 리베이트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ㄴ사와 카드결제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ㄱ사는 건당 70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일부 지원금과 단말기는 무료로 제공했다. 추가 지원금과 현물까지 합치면 ㄱ사가 ㄴ사에 건네는 리베이트 총액은 7년간 550억원 규모로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입의 80%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결제사업자인 ㄷ사는 일부 주유소에 공문을 보내 결제 건당 100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로부터 건당 120원의 수수료를 받아 그중 85%를 주유소에 리베이트로 주는 셈이다.

결제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 가맹점이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대형 가맹점은 대부분 계약 단계에서 정보이용료, 지급수수료 등으로 리베이트를 명문화하고 있다.

지난 9월 새 카드결제사업자를 공모한 롯데그룹은 정보이용료(리베이트) 합계 상위 2개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 6월 제안서를 받은 농협유통도 전 계약금액 이하로 가격을 제시하면 무조건 낙찰자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제사업자의 서비스나 망의 안정성보다 리베이트를 더 중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항공사, 정유사, 홈쇼핑업체, 영화관, 외식업체까지 광범위하게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결제사업자 시장에서 거액의 리베이트가 가능한 이유는 상당수 사업자가 영세해 전반적으로 회계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결제사업자 15곳 중 상장사는 2곳뿐이다. 주는 쪽의 회계가 부실한 탓에 받는 쪽인 대형 가맹점도 리베이트 중 상당액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가 비자금으로 활용될 여지가 큰 것이다.

문제는 대형 가맹점에 흘러들어가는 리베이트가 결국 360만 소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베이트만 사라지면 현행 2.0% 내외인 소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0.5%포인트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카드결제사의 한 관계자는 “현 시스템은 카드사가 다수의 중소상인들로부터 돈을 걷은 뒤 카드결제사업자를 통해 소수의 대기업 가맹점에 전달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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