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에는 ㅅ신문과 ㅎ신문이 쥐여 있었다. 보수도 그렇다고 진보도 아닌 이른바 ‘중도지’였다. 기자가 “경향신문 기자 만나는 자리에 예의라도 경향신문을 들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더니 의미심장한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회사’에 경향신문을 보면 이상한 눈으로 봐요. 그래서 인터넷으로만 보고 신문은 이걸로 들고다니죠.”

지난해 중순 만났던 복수의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얘기다. 그들이 ‘회사분위기’라며 전한 얘기는 이랬다. “아예 요즘은 노동이나 야당 쪽은 접근도 안한다. 그쪽은 인기가 없다. 어쨌거나 (위에 보고하려면) 정권실세들과 관련된 얘기여야 한다.”

국정원이 사전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내부에서는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정원이 무력해 진 지는 오래됐다.

국가정보원이 어떤 단체인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고급정보를 쏙쏙 빼오라고 만든 정보조직이다. 이를 위해 매년 1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한다. 애먼 국민 사찰하라고 만든 단체가 아니다.

국정원의 가장 큰 문제는 권력지향에 있다. 과거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정원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권 교체 때마다 내부에서는 대규모 ‘숙청’작업이 이뤄진다. 전 정권과 친했거나 연분이 있으면 잘리거나 뒤로 밀린다. 정보수집 능력보다는 연줄이나 출신이 더 중요하다. 현 정권 들어서는 대구·경북(TK) 출신들이 약진했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원세훈 원장이 온 뒤에는 정보 비전문가들이 많이 기용됐다.

원세훈 국정원장 (경향신문DB)

정부가 아닌 정권을 위해서 일하면서 국정원은 힘을 잃었다. 험한 곳, 힘든 곳에 들어가 국가를 위한 고급정보를 빼내 온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그보다는 정권 유지에 도움되는 국내 정보가 더 높이 취급됐다. 대북 정보력 부재는 예고된 인재였다.

국정원 직원들은 여의도 금융가에도 있고, 정부과천청사에도 있다. 구청에도 출입하고, 기업체도 돌아다닌다. 국내에 무슨 고급정보가 있기에 이렇게 많은 직원을 풀어놓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만나본 개개의 국정원 직원들은 유능했다.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도 높았다. 그들이 직장으로 국정원을 선택했을 때 분명 충성의 대상은 ‘한국정부’였지 ‘이명박 정권’은 아니었을 것이다.

국정원은 미국 CIA나 영국 MI6와 같은 해외 첩보기관들과 어깨를 겨루는 전문가 집단이 돼야 한다. 더 이상 국정원을 권력유지를 위한 도구로 삼아서는 안된다. 국정원을 국민들에게 돌려달라.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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