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내 말이 맞았지. 나경원씨는 박원순씨를 못 이긴다고 했잖아. 여론이 달랐다니까.”

2일 점심시간에 만난 모 증권회사 40대 임원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얘기부터 꺼냈다.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재·보궐선거가 여전히 화제다. ‘2040의 젊은 힘’이 위력을 발휘한 이번 선거에서 여의도 증권인들은 확실한 여론의 풍향계가 됐다. 높은 물가와 집값,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리는 이들은 여당에 표를 주지 않았다.

실제로 선거 당일 증권인들이 사용하는 메신저와 대화방에서는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들이 넘쳐났다. 일찍 업무를 마치고 투표장으로 향하는 증권인이 적지 않았다. 한 증권사 직원은 “투표 마감 5분 전에 간신히 도착해 15분 기다려 투표를 마쳤다”고 말했다. 젊은 회사원이 많은 서울 명동이나 강남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패배한 여당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 부족’을 한탄하고 있는 모양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일 금융인들과 대화하겠다며 여의도 금융가를 찾았다.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움에서 밀렸다며 이를 보완하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투표의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다. 2040세대가 분노한 것은 정부 정책의 대상에서 빠졌다는 소외감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정치권은 고령자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선거 때만 되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고령층의 표가 무서웠던 거다. 만 65세 전체 노인의 70%에게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주는 기초노령연금은 재정 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도입했던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젊은층을 위한 정책은 없었다. 어차피 떠들어도 선거 때는 투표하지 않는 자들, 별도의 정책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반값 등록금을 해주겠다는 약속은 슬그머니 뭉갰다. 무상급식을 도입해달라 했더니 굳이 돈 있는 집 아이와 없는 집 아이를 구분하려 했다. ‘돈 있는 어른, 없는 어른’을 가리지 않는 고령자의 지하철 무임승차권과는 달랐다.

선거 패배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책임론으로 시끄럽다. 후보가 잘못됐다고도 하고 선거전략을 잘못 세웠다고도 한다. 일각에서는 젊은층의 매력적인 인물을 영입하자는 주장도 편다.

하지만 정작 2040세대를 달랠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사교육비, 전셋값 등 2040세대는 당면한 짐을 좀 가볍게 해줄 대안을 만들어 달라며 투표장에 나섰지만 정부·여당은 아직도 감을 못 잡고 있다.

이제는 선거결과도 경제의 눈으로 봐야 한다. 젊은층은 멋있고 세련된 대권후보에게 현혹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나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줄 수 있는가, 여기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임할 가능성이 크다. 젊은 유권자들은 이미 똑똑해졌다.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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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네 2012.03.29 14: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에 제대로 맞는 말을 들으니 까따르시스가 느껴지네요. 선거 전략은 무슨...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크로마뇽인만큼이나 새누리당과 젊은 세대는 디엔에이 자체가 달라요. 이종교배가 안 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