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일부 일간지와 인터넷 뉴스가 김문수 경기지사가 “결혼하지 않으면 위선”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결혼하지 않은 미혼이다보니, 그를 겨냥했다는 얘긴데요.....그런데 이 기사를 쓴 언론도 있고, 안쓴 언론도 있습니다. 여기서 좀 아리송해집니다. 언론사별로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기사를 쓰지 않은 언론은 이른바 '물'을 먹은 것일까요?

 

 

다음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김문수 경기지사 관련 기사입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결혼하지 않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다. 미혼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공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7일 “결혼을 안 하는 것은 위선 같다”고 말해 미묘한 논란이 벌어졌다.... 당내에선 이 같은 발언이 독신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부는 말로 기사를 쓰는 곳입니다. 경제부같은 별도의 자료가 없습니다. 기자들은 정치인들의 입만 바라봅니다. 정치인들은 때로 칼날을 깊은 곳에 감추고 은유적으로 상대방에게 비수를 날리기도 하죠. 어떤 면에서 정치인과 정치부 기자는 고도의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이 놈이 내가 말한 진정한 뜻을 알까....'이런 생각을 가지고 정치인들은 한두마디를 툭 던지고요, '결국 그런 뜻이네....'이러면서 기자들은 해석을 하게 되는 거죠.

깊은 속내를 제대로 꺼집어 낸다면 대단한 특종을 만들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 해석하면 가뜩이나 혼란스런 정치판에 기름만 붓는 격이 되지요. 또 국민들에게 뜻하지 않는 혐오증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발언은 17일 기자단 오찬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김 지사 바로 앞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김 지사의 위선 발언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문맥 의도상 특정인을 겨냥했다고 보기 어려웠으니까요. 김 지사의 발언은 결혼에 대한 일반론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남자들의 동물적 욕망(?)을 애둘러 말했던 것 같은데요. 

 

다행히 김 지사 발언을 녹음했는데요, 녹취록을 올려드립니다. 판단을 직접 해보시죠..

 

 

"부산에서 해운정사에서 절에서 108배..모든 걸 새벽 4시부터했다. 요지가 결혼하지않고 혼자살면서 이분들이 수사님들이나 스님들이 무엇을 바라는냐
저는 사실 결혼안하고는 못살아서 결혼했다. 저도 꿈은 공을 위해 코뮤니티, 퍼블릭을 위해 제몸을 온전히 바치고 싶은게 제 어릴떄 꿈.
야 저는 그런 힘이 없이 없더라. 그래서 결혼해야 겠다. 결혼안하니까 자꾸 위선을 하는 것 같다. 우리 또 여기자님들 내가 혹시 또 잘못말할 수 있나 싶어..조심하겠습니다만..좀 잘 봐주세요.ㅎㅎㅎ
 제가 혹시 선을 넘어버리면 어떡하나. 그런것 때문에 나는 내면의 정직함을 위해서 결혼했다. 혼자 살면서 정말 금한 윤리나 이런 것 못지키켔더라고.

 스님들은 욕하잖아요. 신부님은 욕하잖아요. 나는 그런 욕 거들지 못하겠더라. 저 자신이 결혼했으니까. 이 참 남자들이 결혼 전혀 안하고 가면 자기끼리 정도지키기 어렵다. 무엇때문에  이사람들(스님 및 수사)이 이러나..그래서 기도하고..요지는 자기몸이나 자기생각이 티끌보다 작고 바람보다 허무한 것이다...그 자기의 욕망과 몸과 모든 가진 것을 다 벗어던지고 중생을 제도하고, 국민을 사랑하고, 인간의 사랑을 배푸는 이런것들이 불교든지 기독교든지 똑같다.

 내가 딱 그거하면서 느꼈다. 여의도 국회의원들이 여기와서 1년에 하루라도 이런 생활을  하루라도 해야한다. 너무나 아집 자기애고가 너무 강한 집단이다.우리가 수도자들 만큼이라도 이나라를 위해 이 국민위해 자기를 비우자."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라는 것은 때로 정치권의 이슈가 됐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는 우리사회의 오랜 선입견 중 하나죠. 하지만 김문수 지사가 박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해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보기에는 정황상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김문수 위선 기사를 첫 보도한 언론은 당시 현장에 없었다고 김문수 지사측은 밝혔습니다. 현장에 없는 기자는 특종을 하고, 바로 앞에 마주하고 있었던 기자는 물을 먹은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 거지요.  

 

 

이런 사례는 정치기사여서 여럿발견됩니다. 가장 기억나는 사례가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의 “아이샹”(혹은 에이썅 안 시장)발언인데요.
2002년 어느날 노 후보가 부산역 연설에서 “아이썅”이라는 비속어를 썼다고 모 신문이 크게 보도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저도 있었는데요, 당연히 회사에서 불호령이 떨어졌죠. 너는 현장에 있었는데 이런것도 감지 못하고 뭐했느냐고....‘희한하네...분명히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싶어서 현장에서 받아쓴 수첩을 뒤져봤습니다.

제 수첩에는 ‘안 시장’이라 적혀있었습니다. 당시 부산시장이 고 안상영 시장이었죠. 노무현 후보는 그 안 시장을 정치적으로 공격을 했었는데요, 그때 발언했던 ‘안 시장’이 서울출신 기자들에게는 낯설었나 봅니다. ‘아이썅’으로 들린 거죠. 부산 시장성이 안씨라는 것을 서울 기자들이 알리가 없었죠. 참고로 저는 부산출신입니다.
 가판 부터 그 기사가 나가자 노무현 캠프에서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녹취를 돌려본 결과 ‘아이썅’이 아닌 ‘안 시장’이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언론에는 그대로 ‘아이썅’보도가 나갔습니다. 해당언론에서는 "현장에 있는 기자들 중 상당수가 그리 들었다"며 주장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노무현 후보만 졸지에 대중연설에서 조차 비속어를 쓰는 불안한 후보로 전락됐습니다.

 

 김문수 지사의 ‘결혼은 위선’이라는 기사 헤프닝을 겪으면서 돌연 그때 그 기억이 났습니다. 이리저리 의미를 붙여 썼다면 쓸 수는 있었을 겁니다. 그게 정치부 기사니까요. 하지만 제 판단으로는 정황상, 의미상 그렇게 갖다붙이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정치에 대한 혐오증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막상 정치부에서 일하다보면 그 혐오증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정치인들도 누구의 할아버지, 할머니고 아버지고, 어머니고, 아들이고, 딸입니다. 어쩌면 언론들이 정치를 흥밋거리로 다루면서 정치불신을 심화시키고, 우스개꺼리로 전락시킨 것은 아닌가 의심해봅니다. 5년넘게 정치부를 했던 저 역시 이런 시빗거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대선전이 치열해지면 경선후보들간 말싸움은 더욱 점입가경으로 흐르겠지요. 거기서 중심을 잡고 제대로된 정보를 독자에게 전해주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가장 큰 역할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해야 기자 자신도 몇십년 뒤 자신의 기사를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겠지요.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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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인숙 2012.06.19 1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창피한 줄 알면서 우기는 선수들이 있죠. 기자들이 오류의 공포가 클수록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도 없어지는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