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마녀는 왜 라푼젤을 포기 못하나- 희소성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금꽃이 있다. 해에서 떨어져내린 이 꽃은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늙지 않고 언제나 젊음을 유지하게 해준다. 이 꽃의 정기를 타고 난 금발의 소녀가 있다. 라푼젤이다.

디즈니의 50번째 애니메이션 작품인 <라푼젤(Tangled)>(2010)은 그림 형제의 동화가 원작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걸맞은 캐릭터로 라푼젤과 마녀 고델, 도둑 라이더가 새롭게 태어났다.

금발머리 라푼젤은 숲속 깊은 곳 탑 안에서 산다. 어릴 적 마녀 고델에게 납치됐다. 마녀 고델은 라푼젤의 머리카락이 필요하다. 금꽃의 정기를 담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그녀의 젊음이 유지된다. 라푼젤이 18살 성인이 되던 생일, 도둑 라이더가 우연하게 나타난다. 라푼젤은 마침내 생애 첫 가출을 결심한다. 자신의 생일마다 밤하늘을 비추던 등불을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마녀 고델에게 라푼젤은 세상에 단 하나 있는 존재다. 라푼젤이 없으면 마녀는 젊음을 유지할 수 없다. 라푼젤에게 라이더는 세상 유일한 사랑의 존재다. 영원히 마녀와 살 테니 라이더를 살려만 달라고 한다. 라이더를 위해서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라이더에게도 라푼젤은 세상 유일한 사람이다. 라이더는 라푼젤의 마법 머리를 끊어 마녀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대신 자신은 죽음을 맞는다.

라푼젤이 같이 살기 싫은 마녀와 기꺼이 살겠다고 하고, 라이더가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희소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녀는 희소한라푼젤의 머리카락만 계속 옆에 둘 수 있다면 둘이 어떻게 되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라푼젤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생명력을 잃는다는 게 문제다. 라푼젤이 라이더와 사랑에 빠지면 마녀 옆에 있으려 하지 않을 테니 둘의 사랑을 막아야 한다.

 

 

갖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 데 이를 충족시켜줄 자원은 제한적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희소성(scarcity)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희소성은 경제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다. 사람들은 가지고 싶은 만큼 다 가질 수 없다. 여기서 수요가 생기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급이 생긴다. 사회가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 경제학이다. 무엇을 생산하고, 누구에게 제공하며,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또 언제 생산할 것인가도 선택의 대상이다.

자원이 무한대로 풍부하다면 경제학은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의 독재자 혹은 강력한 정부가 자원을 재분배할 수 있다면 경제학은 불필요하다. 수요와 공급을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원은 무수한 가계와 기업의 행위에 따라 분배된다. 사람들이 얼마나 일하고, 무엇을 구입하며, 얼마나 저축하고, 어떻게 투자하는지 등에 따라 자원배분이 달라진다.

개인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시간과 돈이 한정돼 있다. 자신에게 가장 희소한 것에 개인은 돈을 투자하고 시간을 쓰게 된다. 예를 들어 지금 공부하는게 더 중요한 학생은 여자친구를 만나기보다 공부에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반면 결혼적령기가 된 직장인에게는 애인을 만나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 데이트에 돈과 시간을 쓸 수 있다. 이처럼 희소성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마녀에게 라푼젤은 희소성이 크다. 잃어버리면 안되는 존재다. 마녀가 라푼젤을 18년동안 탑에 가둬놓은 이유다. 하지만 이는 경제학적으로 보면 옳지 않은 판단이다. 제한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희소성의 법칙에서 출발한 경제의 기본 원칙은 최소 비용이나 최소희생을 들여 최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마녀가 라푼젤을 탑에만 묶어둔 대가로 임금과 왕비는 딸 라푼젤을 18년째 보지 못했다. 라푼젤은 새 연인이 되는 라이더와도 사귈 수 없다. 마녀 독점의 대가로 피해보는 경제주체들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경제학적 원리를 적용한다면 마녀는 라푼젤을 왕국으로 돌려보내되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을 방문하도록 해 젊음을 유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왕과 왕비, 라이더가 이에 응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마녀는 왕과 왕비가 어린 나푼젤이 자신과 만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납치라는 폭력적인 방법을 썼다. 현실에서도 희소자원 분배가 잘 안 될 때는 전쟁이 일어난다. 전쟁은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 게임이다. 전쟁은 경제학적 눈으로 보자면 자원의 강제분배를 의미한다.

 

 

 

희소성은 인간의 욕망에 달렸다. 아무리 양이 많아도 상품을 갖고자 하는 욕망(수요)이 더 크다면 희소자원이 된다. 반대로 공급이 적더래도 욕망이 적은 상품이라면 희소성은 높지 않. 우리나라에서 말고기는 생산량이 매우 적지만 찾는 사람도 드물다. 희소성이 높지 않다. 반면 쇠고기는 생산량이 많지만 찾는 사람이 더 많아 희소하다. 한우 가격이 말고기 가격보다 비싼 것은 이 때문이다.

삼겹살과 족발은 우리나라에서 희소성이 높은 돼지고기부위다. 한국인들이 즐겨찾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삼겹살과 족발이 부족하다보니 절대량을 수입해온다. 하지만 덴마크에서는 목살과 뒷다리가 더 인기있다. 덴마크는 자신들에게 희소하지 않는 삼겹살과 족발을 우리나라에 수출한다. 덴마크의 한 축산업자는 돼지고기 수출량은 일본 중국 한국 순인데 우리가 선호하는 나라는 단연 한국이라며 한국은 일본과 중국도 선호하지 않는 삼겹살과 족발을 많이 사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소성의 차이는 무역을 일으키는 한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희소성이 없는데 다른나라에는 희소성이 높다면 물건의 교환이 가능해진다.

희소성은 장소나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부자가 구명정에 타기 위해 선원에게 돈을 건네준다. 선원은 돈을 주머니에 챙겨넣고 그를 구명정에 태운다. 영화 말미 구명정에서 내렸던 부자가 돈을 준 것을 잊었냐고 항의하니 선원은 돈을 꺼내 멀리 던져버린다. 대서양 한복판에서 가라앉는 배위에서 돈은 그에게 전혀 희소성이 없었다. 돈보다 구명정이나 구명보트가 더 희소가치가 있다.

인간의 욕망과 관계없이 양 자체가 적은 것은 희귀성이 높다고 표현한다. 말고기는 희귀성이 높은 재화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희소성이 높지는 않다. 희귀하다고 다 희소한 것은 아니다.

통상적으로는 희귀한 것이 희소할 가능성이 크다. 세상에 구하기 힘든 물건에 대해 사람들은 갖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한정판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소수의 사람들만 가질 수 있다는 희귀성은 제품의 가격을 높일 수 있다. 명품이 대표적이다. 프라다나 샤넬 백은 무작정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다. 마법의 머리카락을 가진 라푼젤도 마녀에게 희귀하면서도 희소한 존재다.

 

 

 

재화 중에서 희소성이 없는 상품도 있다. 물이나 공기, 햇빛 등은 양이 무한한 재화의 경우다. 양이 무한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면 희소성이 없다. 이런 재화를 자유재(free goods)라 부른다. 별도로 돈을 주고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공짜상품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는 교과서에 자유재 대신 무상재 혹은 무료재라는 단어를 써줄 것을 권하고 있다. 의미가 더 명확히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염이 돼 깨끗한 공기와 물이 귀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경제재(economic goods)가 된다. 과거 수돗물을 틀고 벌컥벌컥 마시던 모습을 요즘은 보기 힘들다. 이제는 돈을 내고 생수를 먹는 것이 일반화됐다. 생수와 깨끗한 공기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규제가 희소성을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통신시장이다. 국내에서 통신망 사업자를 할려면 각종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사실상 이 업종에 진출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돼 있다. SK, LG, KT 등 통신3사가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기업의 진출이 막히면서 이들 기업의 희소성이 높아졌다.

금융도 비슷하다. 은행이나 보험업은 돈이 있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기존 금융업에 진출한 기업들로서는 독점권을 부여받는 셈이고, 희소성이 높아진다. 기업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얘기는 희소성이 높다는 얘기와 다름아니다.

특허나 상표권 등 배타적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도 결국은 희소성을 높이는 행위다. 의사, 변호사도 자격증 제도를 통해 희소성을 높인다. 행정고시, 사법고시 등을 통해 합격자를 한정짓는 것도 관료와 법조인의 희소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다만 법조인들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희소성이 많이 약해졌다.

단체들의 집단행위도 희소성을 높이기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0가 감산하도록 결정하면 유가가 크게 치솟는다. 원유 생산이 줄어들면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유류를 더 구하기 힘들 것이라는 심리까지 끼어들면 희소성은 극대화된다. 희소성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하면 사재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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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집값이 비싼 이유>

강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이다. 오를 때는 가장 먼저 오르고, 떨어질 때는 가장 늦게 떨어진다.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도 희소성으로 설명된다. 강남은 학원시설이 많아 교육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주거편의 시설들이 많다. 정부가 1980년대 초반부터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도로와 각종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강남이 한국의 대표 부촌으로 자리잡으면 '강남'이라는 브랜드도 생성됐다. 강남에 산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어느정도 금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인식됐다.

 강남만한 인프라와 브랜드를 갖춘 곳이 없다보니 희소성이 높아졌다. 부동산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강남의 대체지역으로 목동, 분당, 일산, 평촌 등 이른바 버블7이 개발됐다. 하지만 역시 강남을 위협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강남이 개발된지 30년이 다되가다 보니 아파트 재개발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온다. 하지만 재개발이 무분별하게 허용될 경우 강남에 투기자본이 몰려 투기광풍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강남발 투기열풍은 2005년 전국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가 됐다.

 이때문에 정책당국은 아파트재개발에 신중한 입장인데, 이런 규제가 강남의 희소성을 더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팀 하포드가 지은 <경제학콘서트>에는 규제가 희소성을 높인 몇몇 사례를 든다. 대표적인 곳이 런던이다. 런던은 파리나 베를린 등 다른 유럽도시보다 땅값이 높은데, 저자는 그 이유를 런던의 그린벨트 정책에서 찾고 있다. 런던 도심이 팽창하는 것을 막기위해 설정한 그린벨트로 인해 도심 개발용 토지가 한정됐고, 가치가 더욱 상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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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정보


Posted by 서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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