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자이언츠 구단이 로이스터 감독 퇴출을 결정했습니다. 속보로 타진된 이 소식은 삼성이 접전끝에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나갔다는 뉴스를 덮을 만큼 강렬했습니다. 

왜 로이스터감독의 퇴출이 뉴스거리가 됐을까요.


로이스터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로이스터 야구’를 볼 수 없다는 것. ‘레알’ 빅볼의 퇴출로 한국야구가 다양한 볼거리중 하나를 잃게 됐다는 것이 그의 진퇴에 이목이 쏠리게 한 이유일 겁니다.



 

확실히 '로이 야구'는 달랐습니다. 

3년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라는 뚜렷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로이 야구는 관중을 끄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선이 굵었고, 인간미가 넘쳤습니다. 역대 어느 감독도 로이만큼 강렬한 개성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로이의 야구는 재밌었습니다. 파이팅 넘쳤습니다. 돈을 내고 들어온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는 야구. 야구가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프로가 어떻게 아마와 달라야 하는지, 로이는 그것을 제시했습니다. 

팬들은 로이가 거둔 성과만큼이나 '과정'에 매료됐습니다. 

로이는 국내 감독들과 다른 리더십을 보였습니다. 수평적 리더십과 적극적인 마인드는 일본식 승부 야구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됐습니다. 모 증권사 전무이사는 “로이 리더십은 충분히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아랫사람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조직의 힘을 극대화하는데 있어 그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로이를 추억하며 지난 3년간 그가 남긴 리더십의 전형을 기록해봤습니다.


1. 쳐라, 영웅이 될 것이다.

로이스터는 이기는 것을 강조하되, ‘어떻게’를 빠뜨리지 않습니다. 9회말 2사 만루. 볼3다. 투수의 다음볼. 기다려야 할까 쳐야할까. 로이는 기왕이면 칠 것을 주문합니다. 

포볼을 얻거나 안타를 치거나 이기는 ‘결과’는 같습니다. 그러나 포볼을 얻으면 영웅이 없지만 안타를 치면 영웅이 탄생합니다.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한국야구는 기다리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팀이 이기면 팀원도 좋다는 식이죠. 기업이 잘되면 조직원도 좋은 것이라는 기업문화와도 상통합니다. 

사실 한국의 기업은 개인이 튀는 것을 그닥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스타가 탄생하지 않습니다. 미래를 책임지고 끌고갈 영웅이 생길 수 없는 것이죠.
끝내기 안타는 짜릿합니다. 그 짜릿함은 팀 전체에 큰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개개인이 뛰어나면 조직도 잘된다는 생각, 영웅만들기에 머뭇거리지 않는 CEO. 그것이 로이였습니다.


2. 최선을 다했다면 실수를 두려워 말라

2010년 국내 프로야구 최강자 SK. 국대 2루수인 정근우 선수가 페넌트레이스 막판에 잇단 실책을 저지르자 경기 도중 곧바로 빼버렸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정근우의 뒷모습은 가슴 아팠습니다. 

이런 운영방식은 국내에서는 너무나 익숙합니다. 책임을 즉시 물어버리는 것, 여기에는 실수에 대한 징벌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로이는 열심히 하려 한 이상 실수에 대한 책임은 좀처럼 묻지 않습니다. 적극적인 수비,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하다 에러를 하거나 주루사를 하게 되는 경우 덕아웃의 로이는 언제나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잘했다는 의미죠. 운이 좋았다면 호수비를 만들었거나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빗맞은 볼을 두고 서로 미루다 빠뜨리거나 우물쭈물하다가 한 베이스를 더 못 간 경우 어김없이 로이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3.이기면 선수탓, 지면 팀탓

“송승준이 위대한(Great)피칭을 했다.” 

팀이 승리한 날, 로이의 인터뷰는 어김없이 선수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합니다. “김주찬이 멋진 수비를 보였다”던가 “역시 이대호는 대단한 선수”라는 미사여구가 따라붙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감독들보다 조금더 립서비스를 하는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다른 것은 팀이 졌을 때입니다.
“우리는 지금 나쁜 경기를 하고 있다” “타자들은 득점을 더 해줘야 한다”
팀에 대한 따끔한 질책을 하면서도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습니다. 준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특정선수의 이름을 한 리포터가 거론하자 로이는 “그 얘긴 그만하자”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로이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리포터의 실수였습니다.

 
이런 자세는 “XXX의 실수가 컸다” “OOO은 프로답지 못했다”며 직설적으로 패배의 책임이 있는 선수를 거론하는 일반 감독들과는 분명히 다르죠.
프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실수를 알고 있고 이를 스스로 고칩니다. 만약 고치지 못하면 더 이상 프로가 아닙니다. 다른 경고 없이 더이상 기용이 되지 않을 것이고, 옷을 벗어야 합니다. 선택은 감독이 아닌 자신에게 달렸다는 겁니다. 프로 정신을 강조하는 미국식 사고의 전형입니다.


4. 이닝 사이에는 투수를 바꾸지 않는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이닝이 바뀔 때를 투수교체 타이밍으로 볼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7회까지 선발투수가 잘 던지면 8회부터는 마무리투수가 나옵니다.
로이의 경우는 선발투수가 8회 한 타자를 상대할 때까지 내버려 둡니다. 심지어는 공 1개를 던져야만 바꿉니다. 그것이 스트라이크가 되든, 볼이 되든. 마운드에서 열심히 공을 뿌린 투수는 관중들의 박수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 로이의 생각인 듯합니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투수. 그에게는 관중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집니다. 미국 같으면 기립박수가 나올 겁니다. 투수는 모자를 벗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땀흘린데 대한 보상입니다.

이닝이 바뀔 때 라커룸으로 들어간 선발투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관중들에게 인사를 할 기회가 없습니다. 경기가 마무리된 다음에야 손을 흔들어 보이지만 감회가 같을리는 없습니다. 선수들에게 영웅이 될 것을 요구하고, 열심히 한 선수에게는 충분한 대접을 받게하는 리더십, 흉내내봄직 하지 않을까요.


5. 잘하는 것을 더 잘해라

“롯데는 타격의 팀이다” 

이 한마디에 모든 라인업이 정해졌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로이는 고집스러울만큼 지독한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공격형 타자들을 전진배치했습니다. 수비라인은 위태로웠습니다.
하지만 로이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수비로 인해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면 공격으로 더 만회하면 된다”였죠.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을 더욱 강하게 하자는 것. 한국적 사고에서는 좀처럼 하기 힘든 생각입니다.  

공격을 아무리 잘해도 수비를 못하는 선수를 ‘반쪽선수’라 부릅니다. 반대로 수비를 잘하지만 공격을 못하는 선수도 ‘반쪽선수’입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반쪽선수’의 노력부족을 의심합니다. 약점을 알면서도 고치질 않는다는 것이죠.  

다 잘한다면 천재입니다. 특별히 못하는 것이 없다면 성실한 겁니다. 한국사회는 이런 인재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로이의 야구는 롯데를 화끈한 공격의 팀으로 만들었습니다. 팀홈런 1위. 

제가 기억하는 한 1982년 프로야구가 만들어진 이래 28년간 롯데가 팀홈런 1위를 차지한 적은 없었습니다. 롯데는 투수력 위주의 소총야구를 펼쳤습니다. 홈런을 펑펑 쏘아대자 롯데야구가 재밌어졌습니다. 확실히 페넌트레이스에는 이것이 통했습니다.




 

로이의 리더십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3년연속 포스트시즌에서 패한 것은 로이 야구의 한계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로이는 프로야구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습니다. 재밌는 야구, 매력적인 야구. 

로이야구에 흥분하지 않는다면 롯데를 진저리나게 싫어하거나 결과가 과정을 압도한다고 믿는 사람일테죠. 로이스터의 이런 리더십을 저는 감히 '쇼크'라고 표현합니다.
 
로이 리더십에 주목하는 것은 '2만달러 시대의 리더십'을 찾지 못한 한국사회, 한국경제에 모종의 아이디어를 던져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정'이 사라진 한국사회와 후퇴한 리더십


이명박 정부 출연 이후 한국사회는 전반적으로 1만달러 리더십으로 후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대화보다 명령이, 과정보다 결과가, 협력보다 경쟁이, 창의력보다 경륜이 강조되면서 한국사회는 방향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지난 2년간 1만달러로 다시 내려앉은 것은 단순히 금융위기 탓만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비단 정치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퇴행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밖이 아니라 안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특히 보수적인 그들 CEO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요? 삼성과 LG가 스마트폰시장에서 뒤떨어진데도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만약  로이의 적극적인 리더십을 기업에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경쟁기업과 다른 기업문화를 통해 ‘서프라이즈’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확실한 것은 구글이나 애플은 로이스타일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겁니다.

'기사 밖 경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대가는 부자 없다는데...삼성은?  (0) 2010.12.07
전쟁? 그들만 웃는다  (28) 2010.11.25
로이스터의 리더십 쇼크  (6) 2010.10.15

Posted by 서툰경제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심두 2010.10.15 1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프로야구는 잘보지 않아서 로이스터감독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간단명료하게 핵심을 짚어주어서 잘봤습니다 ^^

    로이스터감독이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분명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부분도 타감독 및 국내감독들과 차이가 있구요^^

    롯데프런트가 너무 쉽게 내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한국시리즈 및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최고의 덕목이라지만

    그에 못지 않게 관중을 위한 야구또한... 중요한 것인데 ...

  2. 샤워하는마누라 2010.10.15 18: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그리울 거에요...ㅠ,ㅜ

  3. tjstn2489 2010.10.17 1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이스터의 멋진 야구를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내년에는 롯데의 경기를
    보기실어집니다
    롯데를 꼴찌의 구렁텅이에서 살린 로이스터를 짜른 롯데구단은
    내년에 해매봐야 정신을 차릴겁니다
    선수의 능력을 120% 살려주는 감독을 내치는 멍청한 구단주....

  4. tjstn2489 2010.10.17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롯데 내년에 그냥 꼴찌 하자
    대호야 희망이 안보이네
    로이스터 따라 미국에 가거라...

  5. 양승민 2010.10.17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성근 야구보다 로이스터 야구가 훨 멋지다.

  6. 서툰경제 2010.10.18 1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년 누가 롯데감독이 될 지 모르지만 2개의 부담을 안게 됐네요.
    로이보다 "좋은 성적"과 로이보다 "멋진 야구".

    둘중에 어느 하나라도 쳐지면 롯데팬들의 성화에 이기기 힘들텐데여..
    그런 사람이 있을런지..